[시선뉴스 박진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10년은 강산이 3번이나 변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정말로 10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삶의 방식과 인식은 ‘그렇다’지만 안전에 대한 인식과 제도는 ‘그렇지 않다’다.

13년 전 오늘인 2월 18일. 대구에서 최악의 지하철 화재 사고가 났다. 이날 오전 9시52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지하철 객차 안에서 정신지체장애인 김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휘발유가 든 자동차 세척용 샴푸통에 불을 붙였다.

▲ KBS 뉴스화면 캡쳐

김씨는 자신의 옷에 불이 붙자 당황해 가방을 객실 바닥에 던졌고 불길은 순식간에 객실내로 번졌다. 사실 이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대부분 빠져나가 대피했지만, 문제는 맞은편에서 역으로 도착한 다른 전동차에 불이 옮겨 붙으며 참사로 변해버렸다.

불이 옮겨 붙자 당황한 기관사는 마스터키를 뽑은 채 대피했고, 불이 난지도 모른 채 앉아있던 승객들은 전기가 차단되고 문이 굳게 닫힌 열차 안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희생자가 됐다.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부상한 이 사고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방화범 김 씨는 현존전차방화치사죄로 검찰에 의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진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병으로 참사 이듬해인 2004년 8월 사망했다. 또한 초동조치가 미비했던 지하철 직원과 열차 출입문을 닫은 기관사에 대해선 법원이 각각 금고 3~5년형을 선고했다. 대구지하철참사 사건은 전 세계 언론이 주목했고, 초동대처 미흡과 우리 현대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또 그 순간뿐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0여 명이 사망, 실종하게 되고 이 비극적인 참사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채 진행 중이다.

배를 책임져야 하는 선장은 대구지하철참사와 마찬가지로 먼저 대피하기 바빴고, 초동대처 미흡은 거론조차 하기 지겨울 정도로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도 어렵다. 삶의 질은 높아지고 ‘우리’보다 ‘나’가 우선인 사회로 변해가고 있으며 자주적인 인식과 방식에는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제도는 지금까지도 전혀 변할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 정말 말 그대로 옛날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멈춰버린 시간이 빨리 돌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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