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시라] 온 가족이 모이는 설날. 서로 안부를 묻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드린 후에는 보통 ‘윷놀이’를 하곤 했다. 윷놀이는 단 둘이서도 할 수 있지만 여러 명이 편을 갈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친척이 모여도 누구 한 명 배제되지 않고 신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명절놀이인 윷놀이. 윷놀이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고 나면 설날이 더욱 뜻깊지 않을까?

 

먼저 윷놀이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윷패는 4개의 윷을 던져서 엎어지고 젖혀진 상황에 따라 도·개·걸·윷·모로 결정된다. 윷 3개가 엎어지고 1개가 젖혀진 것은 ‘도’로 한 밭을 가고, 2개가 엎어지고 2개가 젖혀지면 ‘개’로 두 밭을 간다. 1개가 엎어지고 3개가 젖혀진 것은 ‘걸’로 세 밭을 간다. 그리고 4개가 모두 젖혀진 것은 ‘윷’으로 네 밭을 가고, 반대로 4개가 모두 엎어진 것은 ‘모’라 하여 다섯 밭을 간다. 윷과 모가 나오면 한 번 더 던질 수 있다.

이렇게 밭 수를 계산하는 것은 바로 ‘동물의 걸음걸이’에서 찾는데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상징한다. 즉 가축의 크기와 빠르기에 따라 윷말의 움직임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처럼 원리만 알면 쉬운 윷놀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윷놀이는 저 먼 과거인 신석기시대(BC9000~4000)에 고인돌 덮개 석과 전국적으로 수많은 바위에 암각화 형태로 윷판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아 그 당시부터 윷놀이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시대에 윷을 연구한 학자 김문표(1568~1608)는 윷판은 하늘과 땅을 본떴고, 안팎으로 늘어선 28수가 소위 북극성이 제자리에 머물고 별들이 그를 향해 있는 모습이라 했다. 또한 윷판에서 말은 북에서 동을 거쳐 남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이것은 우리 절기처럼 춘분, 하지, 춘분, 동지의 태양의 궤도를 본 뜬 것이라 한다. 윷말은 사계절을 가리키고 둥근 나무토막은 음양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원래 윷놀이는 하늘의 시간을 점쳐 한 해의 풍년과 흉년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더불어 미국의 세계적인 민속학자 스튜어트 컬린(1858∼1929)은 1895년에 저술한 '한국의 놀이'에서 “한국의 윷놀이는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하는 많은 놀이의 원형으로 볼 수 있으며, 고대 신앙에 기초를 둔 우주적인 철학도 담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처럼 윷놀이는 긴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즐기고 또 의지하는 소중한 문화였다. 무엇보다 그저 윷놀이 자체만으로도 온 가족이 화합을 이루고 서로 기쁨을 나누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러한 깊은 의미와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에겐 단순한 전통놀이로 취급되어 국가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윷놀이가 중국의 흑룡강성에서는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고 하니 더욱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요즘에는 설날조차도 스마트 기기에 그 자리를 빼앗겨 윷판이 묵혀있는 집도 있다. 우리 문화의 보존을 위해서도, 가족 간의 직접적인 친목을 위해서도 설날만큼은 윷놀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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