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코앞으로 다가온 설. 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명절은 주로 가족들이 모여 시간을 보낸다. 또한 세상을 떠난 가족들과도 함께 축복 속에 명절을 보내기 위해 차례와 성묘를 하며 마음을 함께한다.

과거에는 죽음으로 함께 자리하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 예전에는 집집마다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사당(돌아가신 분의 신주(위패)를 모시는 곳)이 있었는데, 조선시대 양반층이 먼저 만들기 시작해서 조선 후기가 되면 각계각층으로 일반화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도 집안 한쪽에 간단하게나마 조상의 위패를 모신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제사를 지낼 때는 이 위패를 제사상으로 모셔다 가족들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 출처 - 네이버

하지만 현대화 되면서 일반적으로 가정에 사당도 없고 조상의 위패도 차차 없어지게 되었다. 때문에 제사 등을 지낼 때 임시로 종이에 글을 적어 위패를 대신 하는 ‘지방[紙榜]’을 만들어 한자리에 함께 하는 풍습이 생겨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명절의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 먼저 부모님의 경우 한쪽이 생존해 있을 경우는 단독으로 지내므로 지방에도 한 분만 쓴다. 그런데 두 분 다 돌아가시면 같이 지내므로 지방에 부모를 같이 쓰는데 이때 오른쪽에 어머니의 신위를 쓰고 왼쪽에 아버지의 신위를 쓴다. 이렇게 부모님을 비롯해 조부모 그리고 더 윗대의 지방을 작정할 때에는 고인과 제사를 모시는 사람의 관계, 고인의 직위, 고인의 이름을 적고 마지막에 신위라고 적는다.

지방을 적을 때, 제사를 모시는 사람과의 관계는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妣)’, 조부모는 ‘조고’, ‘조비’, 증조부모는 ‘증조고’, ‘증조비’라 한다. 그에 따라 앞에 현(顯)을 써서 ‘현고, 현비, 현조고, 현조비, 현증조고, 현증조비’라고 쓰면 된다. 그리고 고인이 남편일 시에는 현벽이라고 쓰고 아내일 경우에는 ‘현’을 쓰지 않고 ‘망실’ 또는 ‘고실’이라고 쓴다. 또한 형일 경우에는 현형, 형수는 현형수, 동생은 망제, 혹은 고제, 자식은 망자, 혹은 고자라고 쓰는 것이 보통이다.

지방에 전통적으로는 직위를 함께 적었는데 남자 조상이 벼슬을 한 경우에는 벼슬의 이름을 쓰고 여자 조상은 남편의 급에 따라서 정경부인, 정부인, 숙부인 등의 호칭을 나라에서 받았기 때문에 그 호칭을 썼다. 벼슬을 안 한 경우 남자 조상은 ‘학생’이라 쓰고, 그 부인은 ‘유인’이라고 쓰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공직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지위를 얻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여자가 공직을 지낸 경우도 흔해 남녀 구분 없이 그 직급을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을 쓸 때 남자 조상의 경우 모두 ‘부군’이라 쓰고 여자조상이나 아내는 본관과 성씨({예} ‘김해 김씨’)를 쓰며 자식이나 동생의 경우 생전의 이름을 쓰면 된다. 또한 지방에는 고인 외에 제사를 모시는 후손을 ‘봉사자’라고 함께 기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큰 아들인 경우 ‘孝子’, 작은 아들인 경우 ‘子’, 큰손자이면 ‘孝孫’, 증손자이면 ‘孝曾孫’, 남편이면 ‘夫’라 쓴다. 예를 들어 봉사자 큰아들의 경우 ‘孝子ㅁㅁ봉사’라고 쓰는데 ㅁㅁ는 이름을 적는다.

최근에는 한문의 쇠퇴로 한글로 지방을 쓰는 집안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때는 ‘어머님 신위’, ‘아버님 신위’ 등으로 간단하게 쓰기도 하고 한자의 우리말 표기만 써서 아버지의 경우 ‘현고학생부군신위’와 같이 쓰이고 있다.

모든 가족이 함께하는 명절 차례나 고인의 죽음을 기리는 제사상에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며 그리움을 담아 정성껏 제사상에 써서 올리는 지방. 예로부터 가족과의 생사 이별을 슬퍼하며 오랫동안 함께 기리기 위해 전해 내려온 지방의 의미를, 더 나아가 가족의 의미를 곧 다가오는 명절 설을 통해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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