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시간은 냉정하다. 시간은 부지런히 ‘과거’를 만든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시간의 냉정함 앞에서는 그저 ‘과거’가 될 뿐이다. 그리고 그 ‘과거’로 치부되며 흉악한 범죄마저도 세상의 무관심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깨끗이 지워져 피해자만이 그 고통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시간의 냉정한 논리를 떠나 사람이 만든 제도 안에서 정작 잊고 싶은 피해자에게는 지속되는 현실이 되고 처벌 되야 할 범죄는 잊혀 지며 자유가 되고 있다.

‘태완이 사건’, ‘화성 연쇄 살인사건’,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이형호군 유괴사건’ 등 여러 악질의 사건들이 이 공소시효아래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버렸다. 피해자의 고통만 남고 처벌과 책임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또 앞으로 많은 사건들이 자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져간 공소시효 사건들이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아이들’ 등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며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고 최근 tvN에서 방영을 시작한 ‘시그널’이라는 드라마 역시 이 영구미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종종 화제가 되어 논란을 만들고 있는 ‘공소시효’란 무엇일까.

공소시효란 범죄행위가 종료한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 그 범죄에 대하여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에 국가의 소추권 및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를 말하고 각 나라별로 각기 다른 기준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공소시효는 범죄의 죄질에 따라 25년에서 5년까지로 정하고 있으며 내란죄·외환죄·집단살해죄·살인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와 13세 미만 아동 및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다.

‘공소시효’제도 존재의 이유는 시간이 많이 지남에 따라 생겨난 사실관계를 존중해 법적 안정성 도모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른 증거판단 곤란, 사회적인 관심의 약화, 피고인의 생활안정 보장 등에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소시효는 여론에 의해 개정된 것인데 2000년대 초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이형호 군 유괴 살해 사건’,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이 잇달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살인과 같은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다. 특히 이 사건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하나 둘 개봉하며 여론 형성에 도화선이 되어 2007년 12월 21일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15년에서 25년으로 늘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에 만들어진 영화 도가니의 영향으로 성폭력특별법이 개정되어 13세 미만의 아동이나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 준강간이 공소시효의 적용에서 제외되었고 이후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에 대한 강제추행, 준강제추행까지 공소시효 배제가 확대되었다. 여론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장 무거운 범죄인 살인죄에는 여전이 25년의 공소시효의 존립에 논란을 제기했고. 결국 정부는 2012년 법정최고형인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게 되었다.

이렇듯 공소시효는 여론에 의해 법 개정을 거치며 축소되어 왔지만 여전히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 및 몇몇 범죄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유효해 많은 논란의 여지를 두고 있다.

그래도 여론의 힘이 만들어낸 공소시효의 축소 및 일부폐지는 차후에 또 다른 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기에 이를 향한 움직임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영구미제 사건들에 대한 영화와 드라마가 여론을 모으는데 큰 힘을 발휘한 탓인지 최근 방영 된 tvN 드라마 ‘시그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주목을 끌고 있다. 공소시효가 폐지되며 동시에 수면위로 오른 영구미제 사건들. 단순한 화제로 남을 뿐 아니라 발전적인 사회적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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