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연극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행오버’와 ‘진짜나쁜소녀’를 들어보았을 법하다. 두 작품은 최근 배우 ‘한상민’이 연기로 활약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장기 공연에도 힘을 잃지 않고 작품에 몰두하는 편이다. ‘진짜나쁜소녀’의 이무길이자 ‘행오버’의 장태민, 배우 한상민을 만나보았다.

PART 1. 시선을 끄는 배우

연극 '진짜나쁜소녀' 이무길 역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진짜나쁜소녀' 이무길 역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학로 연극 ‘진짜나쁜소녀’의 이무길 역, ‘행오버’ 장태민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한상민이라고 합니다.

- 연극 ‘행오버’에서 활약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이벤트 업체 대표인 장태민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습니다. CRS(customer recreation service), 즉 ‘고객 놀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두 명의 직원과 함께하는 이벤트 업체입니다. 의뢰인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누가 저질렀는지 모를 살인 사건이 일어나 그 사건에 연루되면서 연극이 시작됩니다.

- ‘행오버’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은 연극인가요?
극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행오버는 보통 ‘코믹추리스릴러극’이라고 불려요. 적당한 스릴감도 있으면서 웃긴 장면들 또한 많아서 관객분들께서 맘놓고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아요. 하지만 극의 내용은 가볍지가 않아요. ‘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그 속에서 코미디가 생긴다는 아이러니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극 같아요.

처음 관객으로서 이 연극을 봤을 때 찰리 채플린의 명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떠올랐어요. 연극의 내용은 상당히 진지하면서 자극적인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어요. 하지만 밖에서 보았을 땐 웃겨요. 또한 크고 작은 반전들이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무슨 상황이 일어나게 될지 추리하면서 보게 만드는 것 또한 이 연극의 매력인 것 같아요!

연극 '행오버' 장태민 역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행오버' 장태민 역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 또 최근에 연극 ‘진짜나쁜소녀’에서도 얼굴을 비추셨죠. ‘진짜 나쁜 소녀’에서는 어떤 역할이었나요?
드래곤 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기획사의 사장 이무길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습니다. 아주 욕망이 넘치는, 극악무도한 악역이에요. 어린 시절에는 일진 출신으로 학교 폭력 가해자이고, 성인이 되어서는 미성년자 강간 후 낙태, 마약 사범이자, 연인 폭행에 이어 살인교사까지 저지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죽은 동생을 진심으로 아꼈던 형이자,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어릴 적부터 만난 황지희라는 연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합니다.

- ‘진짜나쁜소녀’는 어떤 연극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목인 ‘진짜나쁜소녀’의 소녀가, 어린 시절에 당한 피해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복수극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픔과 복수심, 욕망이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블랙 성장 드라마(?)라고도 느껴지구요.

처음 이 공연을 보면 극 중 모든 인물이 악역같이 보입니다. 모두 악행을 저지르고, 싸우고, 자극적인 장면들의 연속입니다. 그러다가 극 중반 즈음을 지나다 보면 각자 인물들의 악행에 대한 이유가 드러납니다. 물론 악행의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죠. 그러나 마냥 나쁜 줄만 알았던 인물들이 각자의 이유를 갖고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의 입체감은 관객분들이 이 연극에 매력을 느낄만한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영화 같은 장면 연출이라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연극입니다. 무대 전환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시점 변화가 상당히 많습니다. 마치 연극이 아닌 영화처럼 시점을 오가며 하나하나 풀려가는 이야기들이 효과적으로 연출된 것이 이 연극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진짜나쁜소녀' 프로필 촬영 현장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진짜나쁜소녀' 프로필 촬영 현장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 여러 연극을 준비하며 힘든 점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연극 ‘진짜나쁜소녀’ 를 약 6개월 동안 공연했는데, 장기 공연으로 인한 익숙함과의 싸움이 힘든 점이었던 것 같아요. 수많은 회차를 거듭하며 장기 공연을 하게되면 이 공연이 아주 익숙해져요. 그 익숙함이 주는 장단점이 뚜렷한 것 같아요.

장점은 약속을 깨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에 더욱 더 깊이 생각하고 다양한 표현들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배우 개개인의 다른 분석들과 창조적인 시도를 권장해주는 작업 환경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반복 공연 속에서도 다방면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은 대사량이 상당히 많고 퇴장도 거의 없었기에 무대에서의 기술적인 부분 또한 전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그러나 동시에 단점도 있는 것 같아요. 저라는 배우는 연기에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의 진실된 순간을 살아내고 그 순간과 감정이 관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반복 공연 속에서 똑같은 장면과 대사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처음에는 느껴졌던 진실된 감정들과 순간들이 희미해지고, 어느 순간 틀에 박히게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것을 어떻게 하면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이겨내면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 연극을 준비하며 느낀 힘든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 작년이나 올해 연극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허리 부상을 입은 채 ‘진짜나쁜소녀’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저녁 공연이었어서, 낮에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하다가 허리 부상을 당했어요. 공연이 있는 날은 항상 컨디션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운동을 하곤 했는데, 그날따라 뭔가 모를 도전 정신이 생겨서 평소에 들지 않았던 무게를 시도하다가 허리를 삐끗했어요...객기였죠. (웃음)

삐끗한 지도 모르고 있다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야 통증이 심해지더라구요. 갑자기 걷다가 온몸이 마비되는 듯이 아파서 걷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이었어요. 퇴장도 거의 없는 역할이고 뛰어다니고 넘어지는 등의 격한 동선도 많은 역할이라 걱정도 많고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못했다는 자괴감도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그 통증이 아예 사라졌어요! 그리고 몇 번 없는 퇴장 때만 다시 통증이 돌아오고, 무대로 나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또 통증이 사라지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긴장한 탓일지, 무대 위에서의 즐거움 속에 통증이 가려진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날 공연은 무사히 잘 마치고, 이틀 동안 집에서 누워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한상민. 재판매 및 DB 금지]

- 운동까지 하면서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은데, 스케줄이 너무 바쁠 때 어떻게 활력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장기 공연 두 작품을 함께 하면서 살면서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던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이런 스케줄 속에서 어떻게 활력을 얻을지 많이 찾아보았는데, 저는 틈나는 대로 운동을 했던 게 도움이 되었어요! 이리저리 치이며 쌓여갔던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기에는 온전히 운동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몸은 더 피곤해질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정신적인 활력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게 운동하고 나면 잠도 더 잘 자구요. 보통 시간이 비교적 많이 생기면 농구를 하러 가고, 그게 아니면 헬스장을 찾아요. 그 시간조차 힘들 땐 스케줄이 끝난 후 조용한 공원 같은 곳에서 걷기를 해요.

-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책을 읽어요. 정말 다양한 연기론들이 있고 그걸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책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저의 연기 방식에 관한 책을 다시 읽으며 초심을 다잡기도 하고, 아예 다른 연기 방식에 관한 책을 읽으며 새로움을 찾기도 해요.

두 번째는 동료예요. 함께 작업하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자주 구하는 편이에요. 혹은 예전에 함께 작업하면서 신뢰가 생긴 동료들에게 제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하기도 하구요. 저의 성장 과정과 장단점을 알고 있는 기존 동료들의 피드백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연극에서 남다른 에너지를 발산하는 배우 ‘한상민’. 깊은 연기와 시선을 끄는 이미지로 연극계에서 팬층을 착실히 쌓아나가고 있다. 알차게 삶을 살아가면서도 연기에 있어 꼼꼼함을 놓지 않아 인상적인 배우다. 다음 시간에는 한상민을 연기로 이끈 계기 등 그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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