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내주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오늘(21일) 귀국했다. 그는 현재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기에 그의 귀국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4년 3월 21일 뜨거운 이슈 <‘외압 의혹’ 이종섭 대사, 채모 상병 순직 사건부터 귀국까지>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 대사는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으로, 지난 4일 주호주 대사에 임명되었다. 그는 국방 정책·기획 전문가로서 육군 제1군사령부 관리참모차장,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을 거쳐 2013년 육군 제2사단장(소장), 합동참모본부 신연합방위추진단장(소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 제7군단장(중장), 2017∼2018년 합참 차장 등을 거쳐 중장으로 예편했다.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 당시 이 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로 지목되었다. 그래서 야당에 의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사진/연합뉴스 TV]

#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은 지난해 여름, 예천 내성천 보문교 일대 실종자를 수색 중이던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 채모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숨진 채 발견된 사고를 말한다. 채모 상병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수색에 투입된 것으로 밝혀져 더욱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채모 상병은 사고 전날 폭우 피해를 받은 예천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되었다.

해병대가 투입된 배경에는 지난해 여름철 발생한 집중 호우가 있었다. 이 호우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지속되어 한반도에 큰 피해를 안겼다. 특히 시간당 유례없는 강수량의 폭우가 내려 ‘기록적인 장마’라고 보도되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시기는 지난해 6월과 사건이 발생했던 7월이었다.

해병대 사령관 규탄 집회 [사진/연합뉴스]
해병대 사령관 규탄 집회 [사진/연합뉴스]

# 공수처의 수사
이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수사단장 휘하의 해병대수사단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전임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 대사 역시 이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1월 주호주 대사에 임명 전이었던 이 대사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할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지난 6일에야 언론에 알려졌다.

현재 공수처는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등이 임 전 사단장 등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했음에도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불법적으로 회수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앞서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로 추정되는 번호로 전화를 받은 뒤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취소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보했다.

# 주호주 대사 임명 논란
이 가운데 그가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것은 전임 국방부 장관을 주요국 주재 공관장으로 발탁한 이례적 인사였다. 게다가 공수처에 입건된 인사를 국외로 보내는 것도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공수처 측도 호주대사 임명에 대해 “보도를 보고 임명 사실을 알았다”며 “수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칫 외교 사절의 파견을 막아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에 이로 인해 공수처도 조율할 부분이 많아진 것이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진/연합뉴스]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진/연합뉴스]

#공수처의 소환 조사
이 대사는 출국금지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지 하루만, 주호주대사에 임명된 지 사흘 만인 지난 7일 공수처의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상대로 당초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된 사건을 회수·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경위, 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 여부 등을 물었다. 이 전 장관은 조사에서 업무수첩은 폐기했고, 휴대전화는 일부만 임의제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 대사의 출국
이 대사는 지난 8일 출국금지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같은 날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가 해제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역시 이러한 조처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기류였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공수처가 이 대사에 대한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소장 직무대행은 “범죄 피의자가 대통령의 보호 아래 국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월급을 받으며 공식 도피 생활을 시작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 힘은 “공직자로서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그리고 이 대사는 지난 10일 브리즈번행 항공편을 타고 출국했다. 프리미엄 체크인 구역에서 이 대사의 출국 저지를 위해 모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대기 중이었으나 그의 출국 모습이 포착되진 않았다.

이종섭 출국 소식에 규탄 발언하는 민주당 [사진/연합뉴스]
이종섭 출국 소식에 규탄 발언하는 민주당 [사진/연합뉴스]

# 출국의 여파
이 대사의 출국은 야당의 각종 비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여러 여파를 낳았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지난 1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법무부·외교부 장관을 고발했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이 대사의 호주 입국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양국 외교관계에 어려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한편, 이 대사는 지난 12일 대사관 홈페이지에 인사말을 올리고 공식 부임을 알렸다.

결국 사세행 외에도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각각 고발했다.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대사의 출국금지 해제 논란에 관한 고발 사건을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팀에 배당했다.

# 대통령실의 강력한 반발
대통령실은 여당 일각에서 나오는 이 대사에 대한 임명 철회 요구를 일축하며, 야권이 제기하는 이른바 ‘피의자 빼돌리기’ 의혹도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임명을 철회하면 오히려 더 일을 키우게 되는 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사 임명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정확한 ‘출국 금지’ 시기
이 대사에 대해 법무부가 한동훈 전 장관 재임 시절인 지난해 12월 초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14일 알려졌다. 다만 법무부는 당시 출국금지 사실이 법무부 장·차관이나 대통령실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해 9월 5일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지 약 3개월 만이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박성재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가시지 않던 ‘이종섭 논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이 대사에 대해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조사 준비에 시간이 얼마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 그냥 국내에 들어올 수는 없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이렇듯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확연한 견해차를 보이며 당정 간 갈등 재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국민의힘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사진/연합뉴스]

# 이 대사의 귀국
이 대사의 귀국을 촉구하는 이들은 점점 늘었고, 결국 그는 오늘(21일) 귀국했다. 이는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지난 10일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었다. 이 대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 대사가 귀국 사유로 밝힌 회의는 오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다. 하지만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별도로 모아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위해 급하게 소집된 회의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질문 받으며 이동하는 이종섭 대사 [사진/연합뉴스]
질문 받으며 이동하는 이종섭 대사 [사진/연합뉴스]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귀국을 두고 국민의 힘 내부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민심 수습과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 하지만, 개별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 대사의 대사직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여전하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해서 아직 민심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부족한 상황, 논란에 대한 빠른 대처와 이어질 후속 조치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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