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하며 현대판 ‘차르’(황제)가 탄생했다. 이에 국제사회에선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 푸틴의 발언과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3월 19일 뜨거운 이슈 <푸틴, 5선 확정...종신집권의 길 열려>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러시아 대선
러시아의 대통령은 6년 임기의 중임제다. 이러한 러시아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이어졌다. 국제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며 러시아가 2022년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지역 4곳에서도 처음으로 러시아 대선이 실시됐다.

후보는 총 4명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레오니트 슬루츠키가 출마했다.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 1차 발표[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 1차 발표[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종신집권?
이번 대선에서 푸틴이 당선될 경우 푸틴의 ‘종신집권’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평가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 2036년까지 집권 연장도 가능하며 그렇게 되면 84세까지 정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제국 초대 차르(황제)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만이 푸틴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로 남게 된다.

크림반도 심페로폴에 차려진 러 대선 투표소 모습[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크림반도 심페로폴에 차려진 러 대선 투표소 모습[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부정선거 논란
영국 BBC 방송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서방 매체에 따르면 15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투표 기간에 국제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인정받지 못하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도 투표가 시행됐다. 또 러시아군 점령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무장한 군인들로부터 투표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점령지에서 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명 투표함에 넣는 영상이 서방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하면서 비밀투표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방해받는 선거_자국민
BBC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에서 사흘간 투표소 훼손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최소 80명이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52건의 기물파손 행위가 보고됐고, 그중 33건이 형사 기소됐다고 밝혔다. 우랄 지역 한 투표소에서는 한 여성이 폭죽을 터트려 50여명이 대피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한 여성이 투표소 근처로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수도 모스크바와 보로네시, 로스토프, 카라차이-체르케시야, 볼고그라드, 크림반도 등에서는 투표함에 잉크나 녹색 염료를 부은 사람들이 여러 명 구금됐다.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측 민병대원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측 민병대원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방해받는 선거_외부 세력
친우크라이나 반정부 무장세력은 선거 기간에 맞춰 러시아 국경지대에 대한 공격을 확대했다.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러시아자유군단', '러시아의용군', '시베리아대대' 등 3개 민병대는 우크라이나에 가까운 벨고로드주에 연일 침투했고, 탱크와 헬기까지 동원해 공세를 펼쳤다.

우크라이나도 대선 기간 모스크바 등지의 정유소 등을 겨냥해 드론 공격을 가했다. 특히 대선 마지막 날에는 35대의 드론을 투입해 크라스노다르주의 슬라뱐스크 정유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고, 접경지 벨고로드의 마을에서도 전력과 가스공급도 중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푸틴 당선
이러한 내·외부의 저항에도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2024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5선을 확정지었다. 푸틴 대통령은 87%가 넘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승리하며 결국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의 당선 소감
푸틴 대통령은 5선 확정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러시아 사회가 통합되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투표에 참여한 국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오늘 특히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하다”며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싸우는 군인들도 특별히 언급했다.

또 생전 자신의 최대 정적으로, 지난달 16일 시베리아 감옥에서 옥중 의문사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서도 “슬픈 일”이라며 처음으로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를 ‘나발니씨’로 호칭하며 “나발니씨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정부 구성원이 아닌 동료들이 나에게 나발니씨를 서방 국가 감옥에 있는 사람들과 교환하려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며 “나는 동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서방의 비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선에 서방은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3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치르는 시늉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인물(푸틴)은 그저 권력에 젖어 영원한 통치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 전 세계인 앞에 명백해졌다”면서 “이런 선거 흉내에는 정당성이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 이 인물은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그것이 이뤄지도록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외에도 독일 외교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 폴란드 등의 서방은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는 투명한 투표함이 쓰였고,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서도 투표가 시해됐다는 점 등을 비판하며 불공정 선거임을 강조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친러 진영의 환영
친러 성향의 국가에선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환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을 통해 “당신이 다시금 당선된 것은 당신에 대한 러시아 인민의 지지를 충분히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의 영도(지도) 아래 러시아가 국가 발전·건설의 더 큰 성취를 반드시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인도와 러시아 간에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특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함께 일하게 되길 고대한다”며 “따뜻한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축전을 발송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내셨다”며 “축전을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가 러시아 외무성에 전달하게 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6년 추가 통치가 확정되며 반서방연대가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인도, 북한 등의 친러국가들이 러시아와의 밀착에서 얻는 이익이 워낙 크기에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종신 집권은 관계의 안정화를 의미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 이후 국제 정세에 어떠한 변화가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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