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경제 원칙인 ‘세금’. 특히 소득이 많은 개인이나 매출 높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균형을 맞춘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지만 각 국가마다 소득에서 떼어가는 세금의 비율은 다 다른데, 일부 국가의 경우 부자들에 대한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리치노마드’ 현상을 대거 나타나기도 한다.  

리치노마드란 무거운 세금 회피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세금 망명족을 일컫는 용어로 부유함을 뜻하는 '리치'(rich)와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의 합성어다. 쉽게 세금 회피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세금 망명족을 일컫는 용어로, '절세 망명족'이라고도 한다. 이와 관련해 리치 노마드를 하려는 부자들에게 각광받는 나라는 택스해븐(조세 피난지, Tax haven)이라고 하는데, 법인세나 개인소득에 대한 과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말한다.

리치노마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국가는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지난 2012년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부유층들의 소득에 최고 75%의 세금을 걷는 '부유세'(supertax)를 도입했다.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치였지만, 이를 피하려는 부유층이 ‘리치노마드’를 감행했고, 경제 회생은커녕 고소득자들의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결국 프랑스의 ‘부유세’는 도입 2년만에 리치노마드 현상에 떠밀려 폐지되고 말았다. 

리치노마드 현상은 주로 상대적으로 소득세율이 높은 유럽 국가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복지국가라는 찬사 이면에 부자들에게는 악명 높은 몇몇 북유럽 국가에서도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이유로 부자들이 자신들의 고국을 떠나 리치노마드를 감행하기도 한다. 본국의 사회 체제에 반대하거나 경제 구조를 믿지 못해 유목민이 되는 것으로, 주로 중국 또는 러시아 등 사회주의 또는 장기집권 국가에서 사회체제 불안을 이유로 리치노마드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특히 러시아는 소득세율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해 리치노마드 피신처이면서, 동시에 사회체제에 불만을 품고 부자들이 해외로 자산을 유출하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국가이기도 하다. 

한편, 유명한 부자 기업인들의 리치노마드 행위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에두아르도 새버린은 미국을 떠나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스웨덴 이케아는 ‘네덜란드’로,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영국’으로 본사를 옮기기도 했다. 또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벨기에 시민권을 신청해 구설에 올랐으며, 리치노마드로 몸살을 앓았던 프랑스에서는 국민 배우인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부자증세에 반발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겠다는 일념과 사회체제의 불안 등을 이유로 발생하는 ‘리치노마드’. 장기화 되는 경기 침체로 여러 국가들의 곳간이 휑해지자 부자증세를 띄우며 리치노마드 현상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부자들의 정당한 ‘환원’은 민주주의 경제 순환에 약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사례처럼 독단적이고 급한 증세는 되려 막대한 자금의 해외 유출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기준을 중심에 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