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삼성이나 LG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오너’ 체제로 운영되고 재벌 2세대, 많게는 4세대에 이어 경영권을 승계하며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에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기업가들의 경영 스타일은 어땠을까?

삼성 이건희 회장 ‘신(新)경영’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임원과 해외주재원 등 200여명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소집해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류가 된다.”며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신(新)경영’을 주문하고 전 부문에 있어 혁신을 요구했다. 그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 선대회장은 ‘인재 제일’ 철학에 따라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고, 1995년에는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한 것이다.

아울러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의 또 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경영의 한 축으로 삼기도 했다. 국제 사회의 재난 현장에 구호비를 지원하고,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켰으며, 맹인 안내견 육성 등 다양한 사회 공헌도 진행했다. 

삼성 이재용 회장 ‘상생 협력’

지난 2022년 10월 회장직에 오른 이재용 회장은 취임사를 대신해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게재하고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며 더불어 성장해야 하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삼성은 올해부터 기존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의 약정 기부와 재능 나눔 외에도 다문화 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생명존중사업, 저소득층 무료 안과 진료·수술을 지원하는 ‘무지개’ 사업 등에 재능 기부 신청을 받았다. 

또 지난 9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 임직원들은 새해를 맞아 기부금을 내거나 재능을 나누는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사업을 선택해 약 233억원의 기부를 약정했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11월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들이 기부를 약정할 수 있는 ‘나눔과 상생의 실천, 삼성 CSR’ 코너를 개설했고, 계열사 임직원들의 약 70%가 지갑을 열었다고 한다. 

남양유업 홍두영 창업회장 ‘4무(無) 경영’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회장은 평소 말수가 적고 대외에 나서는 걸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품은 보수적 경영 방식으로 이어졌는데, 돈을 빌리지 않고(무차입), 노사 분규가 없으며(무분규), 친인척의 개입 없이(무파벌), 사옥이 없는(무사옥) ‘4무(無)’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식품 분야를 개척했다. 또 새로운 분야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으며, 회사가 경비를 1억원 이상 지출할 땐 반드시 자신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1990년 4월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홍 회장은 보수적인 경영을 답습했다. 그의 경영 방식은 2017년 서울 논현동에 본사 사옥을 마련한 것 외에는 홍 창업회장과 판박이였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변함없는 경영 방식은 세월이 지나며 힘을 잃기 시작했다. 소비자와 원활히 소통하고 사회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 것이다. 결국 2013년 이후 연쇄적으로 터진 악재들에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겨주게 되었다. 

LG 구인회 창업회장 ’개척 정신‘

“세상을 얕보지 말고, 남하고 화목하게 지내면서 신용을 얻는 사람이 되어야 하느니라. 나는 너를 믿는다”는 부친의 격려를 받고 사업을 시작한 구인회 창업회장. 구 창업회장의 경영 철학은 ’개척 정신‘이었다. 포목상으로 시작해 당시 무역을 통한 물자 유통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찰나 무역회사를 설립했고, 이후 화장품 유통, 판매업 등으로 분야를 넓혀가며 성장해 지금의 LG가 되었다.

구 창업회장은 “남이 미처 안 하는 것을 선택하라.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착수하라. 성공해도 머물지 말고 한 단계 높은 것, 더 큰 것, 보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라고 말하며 개척 정신을 강조했다.

LG 구광모 회장 ’고객‘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객‘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차별적 고객가치‘로 그 의미를 진화시켰으며, 다른 기업은 제공할 수 없는 대체 불가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구 회장은 차별적 고객가치는 LG그룹의 모태인 ’락희(樂喜)화학공업사‘ 때부터 이어져 온다며 “고객에게 즐겁고(樂), 기쁜(喜) 경험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첫 신년사에서 ’LG가 더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강조한 후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고객‘ 중심 경영 철학 및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

영원한 건 없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 등 한국식 오너 경영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자의 혹은 타의로 경영권을 내려놓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이 재벌그룹들의 가업 승계 포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이며, 최대 주주에 붙는 할증(세금의 20%)까지 합치면 세율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굳건한 기업들. 시대 흐름에 편승하기도 앞서나가기도 하며 각자의 철학으로 기업의 가치를 지키고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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