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활약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골든글로브에 이어 북미 비평가들이 주관하는 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도 싹쓸이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 드라마는 지난해 4월 공개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며, 골든글로브와 크리스틱초이스에서 남우주연상을 연이어 수상한 배우 ‘스티븐 연(41세, 한국 이름 연상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받고 소감 밝히는 스티븐 연 [골든글로브 2024(Golden Globes 2024)/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받고 소감 밝히는 스티븐 연 [골든글로브 2024(Golden Globes 2024)/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난 사람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가난한 남자 대니(스티븐 연 분), 남편과 소원해져 우울한 삶을 살고 있는 부잣집 여자 에이미(앨리 웡)가 운전 중 서로 시비가 붙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 코미디 장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연출·제작하고 극본도 직접 써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녹여 냈으며, 배우 스티븐 연 역시 그간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연기 혼에 담아내 찬사를 받았다.

'성난 사람들'로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스티븐 연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한국계 배우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티븐 연은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대학 시절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연기에 관심을 가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다양한 연극과 영화에 출연하며 무명 시절을 보내다가 2010∼2017년 좀비 장르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해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워킹데드에서부터 그는 ‘한국계 미국인’ 특유의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도 반대로 그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으려 애쓰는 연기 철학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워킹데드'에서 좀비와 싸우는 글렌을 연기했던 그는 자신을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배우에게 요구되는 전형적인 틀에 자신을 가두려고 하지 않았던 것.

[영화 '미나리' 스틸컷]
[영화 '미나리' 스틸컷]

이렇듯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스티븐 연의 정체성은 연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런 부분은 '미나리(2021)'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에서 잘 드러난다. 워킹데드 팬들에게 스티븐 연은 이미 스타였지만, 국내 관객에게는 한국계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로 폭넓게 알려졌다. 이 영화에서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 땅을 개척하는 제이콥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사와도 맞물리는 이 작품에서 그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한인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면서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성숙한 연기를 보여준 '미나리'를 통해 202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수상은 불발됐지만, 아카데미 역사상 남우주연상에 아시아계가 노미네이트된 건 그가 처음이었다.

스티븐 연, 미 크리틱스초이스 남우주연상 수상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Critics Choice Awards) 소셜미디어 X 게시물. 재판매 및 DB 금지]
스티븐 연, 미 크리틱스초이스 남우주연상 수상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Critics Choice Awards) 소셜미디어 X 게시물. 재판매 및 DB 금지]

그 외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와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 등 한국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두 작품 모두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이 밖에도 할리우드 코미디 '쏘리 투 보더 유'(2018), 액션 영화 '메이헴'(2021), 미스터리 영화 '놉'(2022) 등에서 주연했다. 스티븐 연은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인 봉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도 나와 또 어떤 연기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스티븐 연, 미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 [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티븐 연, 미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 [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 이민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연기 자양분으로 승화하는 등 그의 인종과 국적이 바탕이 된 '정체성'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실주의 연기를 가능하게 했다.  자신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작품 속에 녹여낼 줄 알면서도, 더불어 자신의 정체성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 천연덕스러운 연기 역시 일품인 배우 스티븐 연의 다양한 수상 기록과 연기 변신을 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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