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 과정에서 생사가 불분명한 한 아동의 생모가 자신은 대리모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평택 대리모 사건’. 이 사건의 수사 결과, 임신 및 출산 의뢰인인 친부가 총 3명의 아기를 대리모들을 통해 낳은 것이 밝혀졌다. 2023년 12월 06일 뜨거운 이슈 <평택 대리모 사건과 ‘대리모’ 실태>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 대리모란?
대리모는 아이를 임신 및 출산하여 다른 사람에게 준 여성을 말한다. 국가마다 대리모에 대한 규제가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비영리 목적의 대리모를 허용하는 내용의 체외수정 등에 관한 법률안(2006년 4월 발의), 모든 형태의 대리모 계약을 무효로 하는 의료보조생식에 관한 법률안(2006년 10월) 등의 관련 법안이 몇 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견해 대립으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또한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 3항을 통해 대리모를 규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反對給付)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임산부 [사진/위키미디어 제공]
임산부 [사진/위키미디어 제공]

# 평택시의 수사 의뢰
앞서 보건복지부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을 계기로 2015년~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이때 평택시는 지난 7월 “(복지부로부터 통보받은 사례 중) 출생 미신고 아동의 생사가 불분명한 사건이 있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즉시 생모인 A씨를 형사 입건해 조사했고, A씨는 “포털사이트의 난임 카페에서 B씨를 알게 돼 의뢰인 C씨의 정자를 받고 대리모를 하기로 했다”며 “돈을 받고 임신 및 출산 후 아동을 C씨 측에 건넸는데, 아이의 소재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브로커 B씨의 소재를 파악,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그리고 금융거래 내역 분석을 통해 상호 간에 오간 금전 규모를 확인했다.

평택시청 [사진/평택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택시청 [사진/평택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친부 C씨의 가족
지난 9월, 경찰은 친부 C씨를 찾아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대리모 A씨가 낳은 후 C씨 측에 보낸 아동은 출생 신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며, C씨의 아들로 가족 등록이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C씨가 이 아동을 포함해 총 3명의 아동을 이같은 방식으로 낳도록 한 뒤 건네받아 키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B씨를 통해 2명, 또 다른 브로커를 통해 1명의 아기를 각각 대리모를 통해 출산해 양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들 3명의 아동은 C씨 슬하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C씨는 “이미 장성한 자녀들이 있으나, 아이를 더 가지고 싶어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아기를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 [사진/위키미디어 제공]
아버지와 아들 [사진/위키미디어 제공]

#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혐의로 30대 대리모 A씨, 50대 여성 B씨 등 브로커 2명, 의뢰인인 60대 친부 C씨 등 총 4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오늘(6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인터넷을 통해 만난 B씨와 출산비 및 병원비, 생활비 등 명목으로 4천900만원을 받는 대가로 대리모를 하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듬해인 2016년 10월 29일 지방의 한 병원에서 C씨의 정자를 이용해 임신한 남자 아기를 출산한 후 C씨 측에 아기를 건네준 혐의를 받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사진/연합뉴스 제공]

# C씨가 악용한 ‘인우보증제’
C씨는 출생증명서 없이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인우보증제’를 이용해 3명의 아동을 친자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우보증제는 출생증명서 첨부가 불가능한 출생신고, 진단서 등 첨부가 불가능한 사망신고 등에서 2인의 보증하에 신분 관계 등록을 허용해 주는 제도이다. 증인은 자녀의 부모와 친인척 관계가 아니어도 무방하며 나이 제한도 없다.

그러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악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우보증제는 2016년 말 폐지되었다. C씨는 이 제도가 폐지되기 전, 대리모가 낳은 아이들을 친자로 등록했다.

아기 손 [사진/게티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아기 손 [사진/게티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의 대리모 실태
우리나라에서 대리모는 불법이지만, 이처럼 암암리에 시행되는 경우가 있다. 2019년 PD수첩에서는 대리모 실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기도 했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신분의 대리모를 감금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불법이 자행되고 있었다.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외국 대리모를 찾는다. 이 경우, 금액과 절차들이 기재된 업체를 찾아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재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엄청난 규모의 추가 금액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 법적인 보호장치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사기를 당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대리모를 알선해 준다며 6명을 속였던 D씨는 피해자들로부터 총 1억 7,4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PD수첩 [사진/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D수첩 [사진/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대리모가 늘고 있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에서는 대리모가 합법이다. 따라서 법의 보호 아래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자녀를 부부의 출생 신고서에 등록할 수 있다. 다만, 법은 불임 환자와 동성애 부부에게만 대리모를 허락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대리모가 합법이지만 우크라이나와는 상황이 다르다. 대리모가 직접 출산했다는 점에 주목해 대리모가 아이의 친권을 주장하면 대리모가 이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대리모가 친권을 주장해도 부부가 친권을 갖게 된다.

우크라이나 국기 [사진/위키피디아 제공]
우크라이나 국기 [사진/위키피디아 제공]

# 대리모 관련 문제 1 – 윤리
대리모와 관련해 가장 크게 대두되는 문제는 바로 윤리적인 부분이다. 대리모로 인해 ‘친권’도, ‘부모’도 애매해졌다.

임신과 출산은 ‘생명’이 탄생하는 소중한 과정이지만, 대리모는 다르다. 대리모가 합법인 국가를 보면,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을 이루고 있다. 출산할 여성(대리모)에게 나이·신체 조건 별로 금액이 매겨지고, 임신된 태아를 감별하는 과정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빈곤한 국가의 빈곤층 여성이 대리모를 할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들은 대리모로 생활하며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데, 가족이나 주변의 압박 때문에 강제로 대리모를 하기도 한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어쩔 수 없이 대리모로 살기로 하는 것이다.

저울 [사진/위키미디어 제공]
저울 [사진/위키미디어 제공]

# 대리모 관련 문제 2 – 모호한 규정
사실 한국에서 대리모는 ‘불법’이지만, 이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면 안 된다.’, ‘된다.’, ‘어떤 상황에서 처벌한다.’ 등의 규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앞서 말한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 3항을 살펴보아도, ‘정자나 난자 생식세포 공여’에 관한 내용일 뿐, ‘대리모’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법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법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리모에 대해서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출산이 ‘상업적인 행위’가 된다는 점,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은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자궁 이식 연구는 이뤄지고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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