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전 세계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고,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을 마련했다. 올해 들어 작년에 비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아직 하락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각국의 렌트비도 꾸준히 올랐다. 렌트비가 가장 많이 오른 도시는 어디일까.

첫 번째, 13.9% 오른 포르투갈의 ‘리스본’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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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세빌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렌트비가 가장 많이 오른 주거 지역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높은 렌트비 급증을 보인 지역은 포르투갈의 ‘리스본’이었다. 리스본의 렌트비는 13.9% 올랐는데, 이는 뉴욕, 홍콩, 런던 등의 도시를 능가하는 수치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의 건설 지연으로 인한 주택 부족이 이 같은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리스본에 살면, 렌트비가 지출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침실 1개가 있는 곳의 월세는 600~700유로(한화 약 85만~99만 원)부터 시작하고, 평균 렌트비는 1,000유로(한화 약 142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리스본에서 적게는 4개부터 많게는 10개의 침실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 더 적은 사람들과 집을 공유하기 위해 두 배에 가까운 2,000유로(한화 약 285만 원)를 지불하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직 리스본의 렌트비는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다.

두 번째, 13.6% 오른 싱가포르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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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과 함께 렌트비가 많이 상승한 곳은 싱가포르였다. 리스본과 싱가포르의 임대 시장은 지난 18개월 동안 40%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임금 중 상당 부분을 렌트비에 지출해 왔음에도, 불과 몇 년 만에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3,00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294만 원)로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심에서 그 정도 비용으로 렌트비를 충당할 수 없다.

싱가포르 정부는 렌트비가 폭등하자 시장 냉각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주택 추가 구매자에게 부여하는 인지세를 30%에서 60%로 두 배 인상하기도 했다. 최근 싱가포르의 렌트비가 약간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전문가들은 소폭 하락하더라도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 번째, 9.2% 오른 독일의 ‘베를린’

[사진/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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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베를린에 뒤이어 렌트비가 가장 많이 오른 도시는 독일의 ‘베를린’이었다. 베를린의 렌트비는 9.2% 올랐는데, 세빌스는 부유한 주민들의 유입으로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렌트비가 상승한 것으로 보았다. 베를린 내에서도 구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현지 거주자들에 따르면 3개 이상의 방이 있는 거주 시설에 최소 1,500유로(한화 약 214만 원)가 필요하다.

특히 독일은 전기료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 중 하나이다. 난방비나 온수 요금도 한국보다 대략 2~4배 정도 비싸고, 부가가치세가 19%라서 물건을 구매할 때도 한국보다 10~40% 비싸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거주 부대 비용을 적어도 450유로(한화 약 64만 원)로 잡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독일인들은 세후 수입의 1/3, 대도시 지역의 경우 절반까지도 집세에 지출하고 있다.

지난 20일,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각국에서 부동산과 맞물린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 물가 상승세가 렌트비를 비롯해 부동산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만일 해외 거주를 고민하고 있다면, 몇 년 새 훌쩍 오른 렌트비와 각종 생활비를 충분히 알아보고 결정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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