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지난달 23일 금융감독원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생명보험사들이 약속한 ‘자살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올해 2월 기준 2465억원(2980건)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 청구될 보험금과 보험금 지연 이자까지 합산하면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자살 관련 보험금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지급하라는 ‘금감원’과 버티는 ‘손해보험사’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의 불씨가 된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보험사들의 ‘약관 베끼기 관행’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표준약관’에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라는 논란이 될 만한 약관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각 보험사들이 이 ‘표준약관’을 그대로 베껴 쓰면서 ‘보험사마다의 약관’으로 기재되기 시작했다. 뒤늦게 논란이 일자 2010년, 해당 약관을 빼기 시작했지만 약280만 건의 생명보험이 계약 체결된 후였다.

▲ 자살보험금 미지급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보도자료]

이로 인해 계약자, 금감원, 보험사 간에 대립은 시작 되었고 오랜 법정 싸움으로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다 지난달 12일 대법원이 ‘보험금 지급’에 관해서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냈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워낙 오래 진행 된 사건이다 보니 보험금 지급 ‘소멸시효(보험금청구기간)’를 두고 다시 논란의 불씨가 지펴진 것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2년이 지났으면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며,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지급할 수 없다는 새로운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보험사 간의 인식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까지 지급하라고 보험사들을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에 많은 보험사들은 ‘지급 하겠다’라는 사인을 보내기는 했지만 진행 중인 ‘소멸시효’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참고로 ‘자살 보험금 지급’에 관해서는 “지급하라”는 대법원에 판결이 났지만, ‘소멸시효’에 관한 소송 건에서는 대부분 1심과 2심에서 보험사들의 승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소멸시효’ 판결에 자신감이 있는 보험사들이 일부러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보험사들의 태도에 문제를 삼은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회원들은 지난 1일 한 보험사 본사 정문 앞에서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촉구 및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자살보험금 지급논란’은 망자(亡者)는 물론 남겨진 가족에게 더 큰 상처와 고통이 되고 있다. 하루 빨리 올바른 판결로 종지부를 찍기를 마라며, 각 보험사들이 그들이 내세우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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