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와 함께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와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 등 제3지대 정치세력이 일제히 연대를 외치며 총선 판 키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슈체크에서 <이낙연 전 대표 탈당...제3지대에 부는 '연대 바람'>에 대해 살펴보자.

# 이낙연 전 대표 탈당

11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소속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해 정치적 상징성이 큰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선언함에 따라 야권 분열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참으로 괴로운 일...양당 독점 정치구조 깨야”
이 전 대표는 회견에서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며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 받고 공격 받았다"고 말했다.

# 신당 창당....제3지대 협력 가능성 시사

이날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을 떠나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 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며 "정권이 검찰의 칼로 세상을 겁박하고, 다수당의 의석수로 방탄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방탄하는 현실을 바로 잡자"고 역설했다.

탈당 기자회견 하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제공]
탈당 기자회견 하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제공]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위해 전날 탈당을 선언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이었던 '원칙과 상식'과 힘을 합치겠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며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끝까지 만류했던 ‘더불어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129명이 11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계획을 공개적으로 만류했다.

“윤석열 정권 도와줄 뿐...이낙연을 키운 민주당을 기억하길”
강득구·강민정·강준현·신정훈 의원이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대표로 발표한 성명은 "명분 없는 창당으로 민주당을 분열의 길로 이끌어선 안 된다"면서 "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권을 도와줄 뿐"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또 이 전 대표가 5선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를 지낸 것을 언급하며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낙연을 키운 민주당을 기억하길 바란다. 정권교체를 위한 길이 어떤 쪽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며 탈당 계획을 재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성명은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 사퇴 및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데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이 대표는 지금도 국민들과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권 후보"라고 반박했다. 최근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의원 44%가 전과자'라고 발언했다가 사과한 데 대해선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당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득구 의원은 성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129명은 당 주요 지도부를 빼고 거의 모든 의원이 함께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폄훼하면서 떠나는 것은 누구도 동의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전 대표는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당 지도부는 개별적으로 탈당을 만류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 12일, 비명(비이재명)계 3인방도 신당 창당 발표 예정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10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10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주류 현역 의원 3인방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12일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한다. 이들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각각 주도하는 신당과 확고한 연대를 통해 이번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연대의 형태가 합당이 될지, 선거연대가 될지는 아직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빅텐트 구축을 통해 '제3 정치세력'으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와 관련 탈당 3인방은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정태근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등이 이끄는 '당신과함께'와 신당 창당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비명계 4인방 모임 '원칙과 상식'에서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의원은 홀로 당 잔류를 선택한 데 대해서는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 민주당 내 추가 탈당 가능성은?

이제 당 안팎의 관심은 추가 탈당자가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당장 이들의 뒤를 잇는 현역 의원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탈당 3인방이 서둘러 신당을 만들어 세력을 키운다면 향후 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 변수로 남는다.

# 제3지대 ‘연대’ 바람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 등 제3지대 정치세력이 일제히 연대를 외치며 총선 판 키우기에 나섰다.

우선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는 비명 탈당파는 11일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 제3지대 세력인 '당신과함께'와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가칭) 역시 탈당 3인방에 대한 연대 가능성을 열었다. 또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대표도 개혁신당,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와의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9일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9일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처럼 연이어 거대 양당에서 탈당 사태가 속출하며 제3지대 몸집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만약 비명 탈당파와 개혁신당, 기존의 제3지대 정치세력이 한 지붕 아래 모인다면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맞대결 총선 지형에 균열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제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거대 양당과 제3지대의 지각변동과 그 파장이 어떤 결과를 불러 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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