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오늘(27일) 교육부 현 중2 학생부터 적용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공통과목으로 응시하는 ‘2028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2023년 12월 27일 뜨거운 이슈 <2028 대입 개편안, 무엇이 달라질까>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1.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 수능’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선택과목 없이 공통과목을 치르는 ‘통합형 수능’으로 출제된다. 현재는 국어와 수학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 체제이고, 탐구영역도 사회·과학 17개 과목 가운데 2개 과목을 택해 치르는 방식인데, 올해 중2 학생들부터는 자신이 선택한 영역에서 모두 같은 과목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선택과목을 둘러싼 ‘유불리 논란’ 해결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과목별 ‘유불리 논란’
1999학년도 수능 수리탐구Ⅱ영역(현 사회·과학탐구)에 선택과목이 도입되고 표준점수가 사용되면서 ‘과목별 유불리’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는 높아진다. 이는 문항의 난도, 응시집단의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유불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전했으나, 2022학년도 수능부터 논란이 가중되었다. 2022학년도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바뀌고, 주요 영역인 국어와 수학에도 선택과목 체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 현행 수능
현행 수능에서 국어영역은 독서·문학을 공통으로 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시험을 본다. 수학영역은 수학Ⅰ과 수학Ⅱ가 공통과목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가운데 한 과목을 택해 시험을 치른다.

입시업계에서는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미적분’이 다른 선택과목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험생들도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에 쏠리게 된다.

실제로 2022학년도 수학영역에서 39.7%였던 ‘미적분’ 응시자 비율은 지난달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에서 51.0%가 되었고, 2022학년도 국어영역에서 30.0%에 불과했던 ‘언어와 매체’ 응시자는 이번 수능에서 40.2%로 늘어났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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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과 침공’ 현상
이렇듯 문·이과를 통합한 수능에서 특정 선택과목의 표준점수가 다른 선택과목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진 가운데, ‘문과 침공’이 문제로 두드러졌다. ‘미적분’ 등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자연계열이 아닌 인문사회계열(문과)에 대거 교차지원해 합격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2023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의 경우 인문사회과학계열 학과에 최초 합격한 386명 가운데 213명(55.2%)이 이과생이었다.

일부 대학에서 이를 막기 위해 대학 자체 기준을 정하고 수능 점수를 변환해 적용하고 있지만, 문·이과 통합형 수능 후 교차지원은 늘어나고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통합형 수능’으로 출제되는 것이다.

2. ‘5등급 상대평가제’로 개편
이뿐만 아니라 고교 내신은 현행 9등급 상대평가제를 5등급 상대평가제로 개편한다. 과목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성적을 함께 기재하지만, 대입에서 상대평가 성적이 활용되므로 사실상 상대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 중2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는 상위 10%는 1등급, 그 밑으로 24%는 2등급, 그 밑으로 32%는 3등급을 받게 된다.

다만 고등학교 사회·과학 융합선택과목 9개와 체육·예술·과학탐구실험·교양 과목은 절대평가만 실시하고, 학생들이 이들 과목에만 쏠리지 않도록 장학지도를 실시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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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9등급제 상대평가
기존 9등급제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상위 4%가 1등급, 그 밑으로 7%가 2등급을 받았는데, 학생 수 감소 등을 고려하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평가체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교육부는 현행 9등급 상대평가인 내신 평가체제를 5등급으로 완화해 학생들의 경쟁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3. 사교육비 경감 기대
27일 교육부는 2028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발표하면서 다각적인 측면에서 사교육 경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는 미적분Ⅱ·기하를 '심화수학'으로 묶어 선택과목으로 두려던 방안을 철회하고, 대수·미적분Ⅰ·확률과 통계만 수학영역 출제범위에 포함한 것을 들었다. ‘문과 수학’으로 불리면서 ‘이과 수학’보다 상대적으로 평이한 내용이기 때문에, 사교육 유발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기존 9등급제였던 고교 내신 평가가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현행 1등급(상위 4%)의 2배가 넘는 상위 10% 학생이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돼, 내신 사교육 경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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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변별력 약화 등의 우려들
한편, 최상위권 변별력이 약화하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수능 난도가 올라가거나 국어·영어영역 난도가 높아지는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 이공계열 신입생들은 통상 미적분과 벡터를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전제로 물리학 등 여러 기초과목을 배우는데, 이러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 경우 대학 입학 직전이나 대학에 들어가서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앞으로 변별력 확보를 위해 공통수학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에 버금가는 문제가 나올 수 있고, 대학별로 고교 때 심화수학 이수 여부나 그 성적 등을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다면 정시와 내신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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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이 도입되지 않았다. 심화수학 미포함으로 의학계열 등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각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수학 내신성적을 전형요소로 활용하게 되면, 결국 ‘내신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입시학원 관계자는 앞으로 정시모집에서 수학 교과성적이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합사회·통합과학도 새로 도입되는데, 이는 기존에 진로나 적성에 따라 사회 또는 과학만 선택해 응시했던 것보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사회·과학을 모두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입제도 개편 시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대입제도 개편 시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달라지는 수능에 대비해 특히 과학탐구와 수학에 신경을 써서 준비해야 한다. 이과생에게는 심화수학 부담이 줄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학습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통 과목이 늘어난 만큼 더 꼼꼼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올해 수능에서의 킬러문항 배제는 ‘역대급 불수능’을 낳았다. 바뀐 입시제도에 불안할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 이번 2028 대입 개편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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