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주연보다 더 돋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조연들, 우리는 이들을 ‘씬스틸러’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조연이라고 하면 주연 배우를 뒷받침하는 작은 역할로 여겨 왔지만 최근에는 조연들이 부각되면서, 해당 작품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중요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

“이거 방탄유리야”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에서 싸움 잘하는 비주얼 ‘아저씨’만큼이나 돋보이며 오랫동안 기억되는 명대사를 남긴 배우 ‘김희원’. 그 역시 국내 영화와 드라마 등 작품에서 씬스틸러로 활발하게 활약하는 대표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인기리에 방영중인 디즈니+ '무빙'에서 악역이 아닌 속정 깊은 체육 교사 역할을 맡아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3일 첫 방영한 디즈니+ ‘한강’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지구대 경위 역할을 맡는 등 OTT와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배우 김희원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김희원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기과를 졸업해 극단 생활을 하면서 뚫리지 않는 ‘방탄’ 연기력을 쌓아온 김희원은 긴 무명 생활을 거쳤다. 무명이 길다보니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기 힘든 현실에 회의감을 느끼고, 20대 후반에는 호주로 떠나 페인트공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 김희원의 연기에 대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연기가 그리워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영화 데뷔작 '1번가의 기적'(2007)으로 서서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 이미 그의 나이는 36세였다. 참많은 고민이 오갔을 나이, 하지만 김희원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결국 운명의 작품을 만났다. 김희원이라는 배우를 대중에게 확실히 알린 작품, 영화 '아저씨'(2010)가 바로 그것이다. "이거 방탄유리야"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악랄한 악인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김희원은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미생'), 다혈질 건달('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친일파 경찰('자전차왕 엄복동'), 약 팔이 사기꾼('눈이 부시게') 등을 연기했다.

영화 '아저씨'에서 '만석'역을 맡은 김희원 [영화 '아저씨' 스틸컷]
영화 '아저씨'에서 '만석'역을 맡은 김희원 [영화 '아저씨' 스틸컷]

선한 역할보다는 악역으로 대중 앞에 선 배우 김희원. 뛰어난 연기로 악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작품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고, 대중들은 배우 김희원을 넘어 인간 김희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몇몇 예능에 출연하며 반전의 인간적인 매력을 선보였고, 대중은 인간 김희원에 대한 매력에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한 역할을 했을 때 본연의 모습을 바탕으로 더욱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희원은 악역의 범주를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했고, 최근에는 푸근하고 속 깊은 선한 역할로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하 김희원은 “딱히 의도한 바는 아니다”며 “선한 역할이든, 악역이든 제게 있어서 연기의 출발점은 단 하나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위에 실제로 있을 법한 사람처럼 묘사하는 게 목표예요. 이 캐릭터가 실제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할지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기준으로 삼죠.”라고 덧붙였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디즈니+ '무빙'에서 김희원은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으로 신분을 위장한 국정원 요원을 연기했다. 체대 입시라는 명목으로 테스트를 실시해 잠재적 능력자들을 분류하고 국가 인재로 육성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임무와 별개로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교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극 후반에서 김희원은 잠재적 능력이 있는 학생들 정보가 담긴 파일을 노린 북한 요원들의 표적이 된다. 쫓기던 그는 우연히 학교에 있다가 싸움에 휘말린 학생 방기수를 위해 몸을 날린다. '문제아' 방기수를 끌어안고 자기가 책임자이니 학생은 내버려 두라며 소리치는 장면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디즈니+ '무빙' 인물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디즈니+ '무빙' 인물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빙'의 뒤를 이은 작품 '한강'에서는 조금 더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망원지구대 경위 이춘석은 한강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손쉽게 처리하는 베테랑이지만, 늘 여유롭다. 일이 터지더라도 느긋하게 일단 '퇴근'부터 외치고 본다. 이에 대해 김희원은 “직장인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며 “다들 퇴근, 휴일, 월급을 기다리며 살지 않나요? 아무리 열심이더라도 퇴근을 기다리게 되는 게 사람인 것 같아요. 이춘석도 '사람답게' 묘사했어요.”라고 밝혔다.

디즈니+ '무빙'의 속정 깊은 정원고등학교 체육 교사 최일환, '한강'에 등장하는 인간미 넘치는 지구대 경위 이춘석, 그리고 JTBC '힙하게'의 순애보 강력반 반장 원종묵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배우 김희원,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게 목표라고 전한다. “연기는 제 천직이고, 저는 제 일을 사랑해요.”라는 그의 진심처럼,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한결같은 배우로 남아주길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