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현지시간으로 15일 영국의 주요 외신들은 볼리비아의 레이예스 지방에서 4살 여아를 성폭행한 남성이 분노한 시민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최근 볼리비아 레이예스에서는 어린 소녀가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경찰의 조사 결과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찰은 한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고 그를 검거하여 구치소에 수감시켰다.

남성은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구치소에 몰려와 남성을 강제로 빼냈다.

시민들은 길거리로 끌려나온 남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목에 줄을 매달아 질질 끌고 다녔으며 나무에 매달아 숨지게 했다.

▲ 출처/픽사베이

경찰이 이 상황을 막아보려 했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시민의 수에 속수무책이었다. 여아는 할머니의 장례식을 찾아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4살 여아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악의 범행이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남성이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진범이라는 확정도 나지 않은 상태였다.

레이예스 시민들은 경찰 등의 공권력이 남성을 정당히 심판하여 단죄를 내려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의 손으로 남성에게 단죄를 내리는 것만이 그를 제대로 심판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사법기구에 대한 믿음이 없던 것이다. 동유럽의 빈국 중 하나인 볼리비아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에서 99위에 랭크(2015년 기준))되는 매우 부정부패가 심각한 나라다.

볼리비아의 시민들은 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였고 그렇게 떨어진 신뢰는 법치국가에서 사법기관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행해야 하는 형사적 처벌을 시민들이 무단으로 행해 버리는 무법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시민들이 형사상 처벌을 대신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현상으로 공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사망한 남성 대신 진범이 따로 있다면 시민들은 무고한 사람을 자신들의 기분대로 때려서 살해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등의 사법기관이 있는 것인데, 이를 무시하는 것은 곧 무정부 상태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시민들이 잘 못을 한 것이지만 이런 상황을 야기한 것은 부패한 공기관의 행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시민들이 정부와 공기관에게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 그들은 번번이 실망을 안겨 주었고 이로 인한 실망감과 불신은 부정적인 미래만을 예측하게 하여 터지는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부패지수 37위에 불과한 우리도 현재 느끼고 있다. 공기관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거나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 등의 사건에서 제대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 모습들은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주었고 그로 인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이들이 내놓는 수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종전 이후 엄청난 노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진짜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경제적인 성장만큼 시민들의 의식 역시 성장해 있지만 국가의 기능은 이런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을 보이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바라고 또 그것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민들에게 금방 금방 들통 나는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고도 뻔뻔한 행태를 보이는 국가기관의 모습은 국민들의 분노만 일으키고 있다. 실망이 반복되면 국민은 분노하게 된다. 이런 단순한 이치를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민이 국가와 공기관에 더 이상 실망하지 않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심판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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