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21일 서울고법 행정11부(김용빈 부장판사)는 술에 취해 5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쳐 경찰대에서 퇴학을 당한 A씨가 이에 불복하여 경찰대학장을 상대로 낸 퇴학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4월 19일 새벽, A씨(2012년 경찰대에 입학)는 서울 이태원의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처음 만난 여성의 가방에서 향수와 우산, 이어폰, 스프레이 등 총 5만원어치의 물건을 훔쳤다가 술집 직원에게 적발되었다.

A씨는 즉결심판에 넘겨져 벌금 1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찰대는 학생징계위원회를 열어 퇴학 사유인 '고의·중과실로 현행법을 위반해 명예를 심하게 훼손한 경우'로 판단, A씨의 퇴학을 결정했다.

 

이에 A씨는 학교의 처분이 너무 과하다며 소송을 냈고 1심에서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은 A씨가 훔친 물건이 5만원에 불과하다는 점, 사건 발생 후 피해자에게 돌려주었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들어 가장 무거운 형벌을 내린 경찰대의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봤다.

이에 경찰대 측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형 1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에 비해 퇴학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벗어났거나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다시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벌금형 1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은 개전(잘못을 뉘우침)의 정이 현저한 자에게 내리는 매우 약한 판결이다. 10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 사람의 태도 등을 참작해 선고를 하지 않겠다는 판결이다.

하지만 선고유예는 무죄라는 뜻이 아니라 엄연히 유죄다. 경찰대는 이를 기준으로 A씨가 경찰대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퇴학을 결정한 것이다.

경찰대는 다름 아닌 경찰의 간부를 육성하는 대학교다. 절도를 하는 사람을 잡아야 하는 경찰이, 그것도 일선의 경찰들을 지휘하는 책임을 질 위치에 오를 사람이 행하는 절도 행위는 아무리 경미한 범죄라 하더라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상태에서 정의와 법을 구현해야 하는 경찰이 절도죄의 전과범이어서야 국민들에게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A씨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작은 범죄에 대해 퇴학이 너무 가혹하고 억울한 처분일지는 몰라도 법원의 퇴학 처분 부당 판결은 국민과 경찰조직 전체에게 일말의 불신과 불안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절도가 순간의 실수였다고는 하지만 다시 안 하리라는 보장이 없기도 하고 절도 전과범이 경찰 간부가 되어 절도범을 잡는다는 것도 뭔가 아이러니하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A씨는 다시 한 번 경찰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그는 이번 판결을 자신의 범죄에 대한 면죄부로 여겨서는 안 된다. A씨는 경찰의 간부로서 ‘앞으로’는 절대 부끄럽지 않도록 남들보다 더 최선을 다 하여 임무에 임해야 할 것이며 항상 자신이 저질렀던 범행을 상기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국민에 봉사하는 경찰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리로 인해 앓고 있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만이라도 국민들에게 한 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