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당신에게 ‘집’을 떠올리라고 하면 똑같이 생긴 빌라나 아파트를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빌라나 아파트는 한국에서 제일 흔한 주거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건축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정이삭 소장이 말하는 현재 한국 건축의 흐름에 대해 들어본다.

PART 2. 일반 주택시장에서도 ‘공공성’이 필요하다.

- 최근 지진이 사회의 이슈인데, 어떤 방식으로 설계해야 지진에 대비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지극히 기술적인 것이라 내진설계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 딱히 답은 없습니다. 내진설계는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그 구조를 그 지진의 충격에 버틸 수 있는 정도의 구조로 계획하는 일이에요. 이것의 기준이 정확한 수치와 계산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 제도를 잘 따르는 것만이 답이라는 원칙적인 대답만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주변 리모델링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충격적인 경우들이 많아요. 제대로 된 건축 교육을 받지 않은 분들이 개인의 경험과 감에만 의존하여 구조변경 등의 행위를 하는 일이 너무 많거든요. 건축가 없는 건축시장이죠. 어떤 부분에선 이러한 분들이 주거문화에 공헌해왔던 부분들이 있습니다만, 이러한 부분들은 매우 시급히 시정되어야 하는 건축문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문화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 한국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제가 우리나라의 건축이 가야할 방향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지식과 경험이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저의 개인적인 방향이라면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소외계층만을 위한 공공 건축에서 벗어나서 일반건축에서의 공공성도 찾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주택 같은 것이 그런 예일 겁니다. 특히나 거대한 규모의 아파트 단지나 고층 주상복합이 아니라 중소규모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나, 상업시설, 또는 단독주택처럼 우리 가장 일상적으로 만나는 풍경들에 대한 고민이죠.

기억이 없는 도시는 죽은 도시입니다. 기억해낼 수 있는 만큼의 단서들은 남기면서 도시가 변해가야 할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신축만이 아니고 기존 오래된 저층 주택의 적절한 방식의 다시 사용하기가 필요합니다.

또한 새로 지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겠죠. 그럴 경우는 어떻게 어떤 재료로 어떤 양식의 새로운 주택이 만들어져야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적절한 리모델링과 신축 모두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집단의 풍경을 고민하는 일,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한 건축가의 고민으로 풀릴 수 있는 숙제도 아니고요. 도시의 일상 풍경을 고민하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그리고 그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이 함께 성숙된 의견을 나누고 함께 찾아가야 할 문제입니다.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연남동 주택

- 현재 한국 현대 건축의 트렌드가 있다면?
젊은 건축가 사이에서 중소규모 건축시장의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그리 큰 시장이 아니었어요. 어쩌면 건축가에게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던 시장이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제대로 된 설계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까워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점 설계비를 들여서 짓는 건축가의 집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설계비를 아까워하는 현상은 없어진 것 같아요. 동시에 아파트에 더 이상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중산층 사이에서 그 가격이면 새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까지 아파트 값이 올라가는 현상과 힘입어 이제 획일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수요가 생긴 것 같습니다.

- 건축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건축은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됩니다. 누군가에게 일을 받아서 그 일을 대신하는 조건으로 대가를 받는 업종이죠. 그렇지만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이 개인이기도 하지만 사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것이죠. 내가 만드는 대상이 단순한 조형적 결과물이나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의 일부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한 측면에서 기술적인 지식이나 예술적인 감성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사회적 교양 또는 이해가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건축가도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 더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동두천 장애인 복지관

- 앞으로의 계획 또는 포부.
앞서 언급했지만 일반 주택시장에서의 공공성을 찾고 그것이 신축과 리모델링 두 케이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탐구중입니다. 현재 몇 가지의 실 프로젝트로 검증을 반복하는 단계이고요. 또한 건축을 일반에게 전달하는 의미의 좋은 건축 전시 기획도 하고 있습니다.

또 건축 작업이 아니어도 대형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되기에 앞서 그 프로젝트의 타당성이나 꼭 필요한 가이드라인들을 살피는 연구 작업을 서울시나 다른 건축 관련 연구소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건축 설계 업무 이외의 영역은 저희 사무실의 목표인 ‘건축 외연을 탐구하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에이코랩(a.co.lab) 제공. 정이삭 소장

- 시선뉴스 독자에게 한 마디.
인터뷰를 통하여 건축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내가 부족한데 이렇게 많은 말을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오늘 이야기한 것들은 저의 생각이기 때문에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한마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건축가로서 이 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사실입니다.

자신만의 강한 신념을 가지고 집을 짓고 있는 정이삭 소장. 한국에 있는 노후한 주택들이 그의 손을 통해 어떤 다채로운 빛깔을 가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어우러지는 날이 오는 그 날까지 건축가 정이삭은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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