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승정연씨의 첫 창작만화인 <당신의 하우스 헬퍼>는 한 신문사의 웹툰 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을 만큼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당신의 하우스 헬퍼>는 시즌 3째를 맞이해 계속해서 연재가 이어지고 있다. 웹툰 연재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승정연씨. 어릴 적부터 만화를 그리고 싶어 하던 그녀가 목표를 이룬 지금, 그녀의 삶은 어떨까?

PART 2. 어떻게 살아도 힘들 거라면 하고 싶은 것을 하자

 

- 첫 작품부터 큰 상(헤럴드 웹툰 공모전 대상)을 받게 됐어요. 그때 당시 기분은 어떠셨나요?

<당신의 하우스 헬퍼>는 제가 처음 만든 창작만화고 웹툰 작가로 데뷔시켜준 작품인데, 큰 상을 받았을 때 너무 신기했고, 사실 그 공모전이 저한테는 엄청 큰 상이고 대상이었기 때문에 사실 저는 너무 믿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실 굉장히 작은 공모전이었어요. 가장 많이 사람들이 로망으로 삼는 것은 네이버나 다음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인데 거기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공모전이었고, 이런 공모전은 종종 있거든요. 사실 그렇게 메이저, 유명한 공모전이나 사람들과 경쟁이 너무 치열했으면 제가 상을 받기도 힘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였기 때문에 좀 더 정보가 있는 만화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당신의 하우스 헬퍼>는 좀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하고 그 안에 살림 정보라든지 요리 노하우라든지, 청소 노하우라든지 그런게 조금씩 들어가 있는 만화라는 기획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점을 좀 높게 사줬던 것 같고. 여러모로 저랑 궁합이 맞았던 거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 웹툰 작가로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만의 어떤 제 능력이라든지 이렇게 말하기에는 떠오르는 게 없구요. 얼마 전에 시즌 3를 다시 시작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개성이 강하지 않다는 생각을 좀 했었어요. 시즌 3를 앞두고 요즘 뜨고 있는 만화들도 보고 하면서 ‘아, 나는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너무 잘하고 또 재미있고 참신한 웹툰 작품들, 형식을 파괴한 작품들, 센스 있는 작가들이 많아서 대단하다, 부럽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나는 너무 올드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들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시즌3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떤 분이 이 만화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댓글을 올렸는데 그게 베스트 댓글이 됐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눌러 주셨더라구요. 여러 사람들이 제 웹툰을 보면서 공감을 해주고 마음이 편해지는 만화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엄청 고마웠어요. 어떻게 보면 잔잔한 것도 매력일 수 있겠구나. 그 동안 뭔가 사람들의 마음을 좀 다독일 수 있는 만화를 하고 싶어서 저도 좀 더 고민을 많이 했고, 그런 노력들이 좀 통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 하우스 헬퍼 이후에 또 따로 구상하고 있는 웹툰은 있나요?

원래는 사실 시즌3를 들어가기 전에 다른 차기작을 준비를 하긴 했었어요. 하지만 몇 가지 아이템이 있는데 다른 거를 잠깐이라도 짧게 연재를 하고 시즌 3를 돌아오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는데 스토리를 짜는 도중에 그거랑 거의 비슷한 작품이 있는 걸 발견을 했어요.

그 때는 사관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조선시대에 사관의 시점으로 왕의 일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왕과 사관의 브로맨스를 다뤄보고 싶다 생각을 했는데 그런 만화가 이미 출판도 돼서 있더라고요. 웹툰이 아니어서 검색이 잘 안됐었는데. 나중에 발견을 하고 나서 깔끔하게 접었고요.

아주 나중에 만화를 아직 보지 못했으니까 성격이나 내용, 주제가 많이 다르면 나중에 다시 시도를 해볼까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 이후에는 또 가벼운 소재들이 몇 가지 있고요. 판타지인 인어소년들이 등장하는 만화도 있었고, 그냥 일반적으로 좀 더 평범한 로맨스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 웹툰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새로운 스토리,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일인데,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 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실질적인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저는 그래서 작업을 쉴 때는 지난번에 시즌2 연재 끝내고는 독일로 여행도 다녀오고 많이 놀러 다니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연재 준비를 하고 연재를 시작하게 되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많은 작가들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게다가 제가 손이 좀 많이 느려서 작업 시간이 하루 내내 일만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다보니까 어떤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게 생각을 해요.

많이 놀아야 창의적으로 될 텐데, 그냥 부족한 대로 간접경험이라도 하자는 입장에서 책을 좀 틈틈이 열심히 보려고 하고 있고. 서점을 많이 가거나 인터넷을 책을 많이 사는 편이구요. 그나마 다행인건 제가 일상에 대한 내용들, 살림이나 일상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는 거라서 다행히 소재나 이런 것들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 웹툰 작가는 어디 소속되어 있다기보다는 프리랜서의 개념이 강한데 수입적으로나 일적으로 불안하지는 않나요?

그런 게 많이 있죠. 작업을 안 할 때는 수익이 없으니까 작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면 그 때는 이제 따로 일을 하거나 다른 외주 일을 하기도 해요. 소속사나 연재하는 쪽에서 준비자금을 주는게 아니기 때문에 수입적인 측면에서는 불안감이 있긴 하죠.

물론 나중에 연재를 할 때야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니까 괜찮지만 아무래도 직장인들이나 안정적인 직업의 사람들에 비해서는 내가 또 연재를 쉬고 다음 차기작이 잘 될 수 있을까. 앞으로 꾸준히 금전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은 많이 하죠.

 

- 웹툰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것만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는 점이 있다면?

사실 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뛰어든 거라서 ‘이거는 꼭 알아야겠다.’라는 정도의 노하우가 많진 않고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 ‘아직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 중에서 남과 차별화되는 이야기 거리’가 있는지 고민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만약 없다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이런 것들이 작가로서의 경쟁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웹툰이 너무 많아졌고, 나만의 개성, 남들이 하지 않은 것, 참신한 것을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진입하는 거 자체도 힘들어졌으니까 사람들 눈에 확 띌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 요즘 청년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같아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렇죠. 그런 점을 저도 안타깝게 생각을 하구요. 그렇지만 저 때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입학할 당시에도 ‘앞으로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질거다.’ 이런 이야기가 많았고 점점 더 양극화가 심해질 거고, 일자리는 적어질 거고 경쟁은 더 심해질 거라는 사회 분위기였죠.

그러다 보니까 어차피 힘들 거고 많이 못 벌고, 잘 버는 일이라고 해도 죽어라 일 해야 하는 상황인거면 좋아하는 일에 도전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사실 용기를 낼 때까지만 해도 ‘딱 한번만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어린이 만화 쪽 일을 하면서 이 일에 스텝들이 굉장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림작가, 스토리작가 외에도 작품 기획을 주로 하는 기획자, 펜선만 넣어주는 터치 어시스턴트, 컬러를 전문적으로 작업해주는 컬러어시스턴트, 편집과 식자 등을 돕는 스텝,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진행을 담당하는 스텝 등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만약에 내가 작가가 안 되더라도 이 근처에서 일을 하면서 계속 일을 하면서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어쨌든 힘든 시대니까 무슨 일을 하든지 똑같이 힘들 거라는 각오가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대기업에 들어가도 인간답게 살지 못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올 만큼 다들 힘든 사회에서 어차피 힘들 거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들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 웹툰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국 사람들이 참 힘들게 사는 거 같아요. 일도 많이 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잠도 부족하고... 그래서 자기 살림을 잘 챙기면서 건강하게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거 같은데 제 웹툰을 보면서 ‘대리만족과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에요. 또 제 개인적으로는 또 하나 욕심이 나는 것은 제 만화가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는 도움이 되면 좋겠다.’라는 욕심도 있어요.

- 시선뉴스 및 독자들에게 한 마디

앞으로 좋은 기사로 사람들에게 좋은 생각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시선뉴스가 되어주셨으면 좋겠고, 저도 웹툰으로 더 많은 분들께 그런 것들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연재되는 만화들에도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목표를 이룬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그림과 만화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웹툰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그녀의 만화에 대한 열정과 이런 고민들이 우리 일상에 있지만 잘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그녀의 웹툰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공감을 받고 희망과 힘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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