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수많은 관문을 거치게 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라면서 성인이 되고 누군가와 만나 결혼을 하고, 언젠가는 부모님을 떠나보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해야 할 관문으로 제도와 의식을 만들어왔다.

그 중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게 만드는 의식 중 하나는 바로 ‘관혼상제’다. ‘관혼상제’는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면 성인으로서 인정을 해주는 ‘관례’, 그리고 성인이 된 사람들이 서로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인 ‘혼례’, 부모님이나 다른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냈을 때 그를 기리기 위한 ‘상례’와 ‘제례’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유교를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질서가 완강했던 과거, 우리 조상들은 관혼상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왔다.

▲ 출처 / 픽사베이

하지만 최근 우리가 너무나 중요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여겼던 ‘관혼상제’를 제대로 지켜내기가 어려운 현실이 됐다. 어른이 되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그리고 장례와 제사를 지내는 것도 제대로 하기 힘든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25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들을 일컫는 말인 ‘캥거루족’. 2010년을 기준으로 이런 캥거루족의 비율이 26.4%로 조사됐는데, 이는 1985년에 9.1%에 비해서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이다. 즉 늦어지는 취업과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부모의 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들은 독립하기 못했다는 심적 부담을 갖게 하고 부모는 노후 준비는 하지 못한 채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더욱 키운다.

이처럼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팍팍해진 삶은 가족 공동체 구성을 어렵게 하고, 기존에 존재하던 가족들마저도 서로를 챙기기 힘든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최근 ‘고독사’와 ‘무연고자 사망’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 그 상황을 방증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일확천금의 재산을 모으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평범하게 원하는 직장에서 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소소한 추억들을 쌓아가는 것이 꿈일지 모른다.

과거부터 관혼상제를 중요시 여겼던 이유도, 인생에 있어서 그 시기들이 굉장히 중요한 순간들이기 때문에 그 순간들을 가족들과 공동체들과 함께 기억하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너무도 우리 개인의 삶과 시간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이기적인 삶 속 사회의 관례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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