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1GB의 영화를 받는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의 무선 인터넷 속도는 상당하다. 거기다 이제는 4G에 비해 20배 정도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5G 통신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유선인터넷 속도를 능가하는 우리나라의 무선 인터넷 속도는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나 이처럼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울창한 산림, 오지 등 전 세계 곳곳에는 인터넷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곳들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곳의 사람들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구글이 시도한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프로젝트 룬’이다. 2013년 6월 13일 구글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이 전 세계 공용인 것 같지만 아직도 3명 중 2명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프로젝트 룬을 통해서 지구 전체를 무료 와이파이 지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를 무료 와이파이 지역으로 만들어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재난 상황에서 누구든, 어디에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힌 것이다.

프로젝트 ‘룬’은 이름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기구(Balloon)에 무선인터넷 공유기를 실어 수백, 수천 개를 띄우는 프로젝트다. 열기구에는 무선통신기와 동력을 제공할 태양광 패널, 그리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GPS를 장착하고 지상에서 18~27km 떨어진 상공을 비행한다. 열기구들은 고도간의 기류 방향 차이를 이용해 이동하고, 이 기구들이 이동하면서 인터넷 오지를 없앤다는 것이다.

당차게 시작은 했지만 프로젝트 ‘룬’팀은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높이, 태양광을 활용하며 장시간 비행하기 위해 무게를 줄이는 방법, 기구 간 최적의 통신 환경 등을 알아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기구의 이동을 성층권 고도차간 기류 변화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류를 원하는 곳에 보내기 쉽지 않았고, 태양광 패널이 한쪽에만 달려 있어 쉽게 방향을 틀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성층권의 환경에서 오래도록 버틸 수 있는 재질, 크기, 모양의 룬을 만드는 것도, 각 나라마다 다른 항공규제로 인해 그 나라에 맞게 기구를 운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프로젝트 ‘룬’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나갔고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갔다. 그 결과 지난해 영하 75도와 시속 291km의 폴라보텍스(남극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위치하는 소용돌이 기류)를 견뎌내고 187일 동안 비행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187일 동안 지구를 19번을 돌면서 초고화질 동영상 전송이 가능한 15Mbps 다운로드 속도 구현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차근차근 목표를 현실화 해내가는 프로젝트 ‘룬’은 아직 상용화가 되진 않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룬 팀에 시범 사업의 시행을 요청했고, 섬이 많이 기지국 구축이 어려운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텔콤셀, XL 악시아타 등 3개 통신회사와 100개 이상의 룬 기구를 띄우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또 인터넷 접속 인구가 20%에 불과한 스리랑카도 올해 10개 이상의 룬 기구를 띄워 인터넷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이름에 쓰인 ‘룬’은 기구 이외에도 미치광이, 바보를 뜻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처음 프로젝트 룬을 발표하고, 인터넷 격차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구글의 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러한 주변의 생각에도 꿋꿋이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 그 노력들이 하나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아직 더 많은 기술의 개선과 시험 비행을 거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어려움을 잘 극복해왔듯이 앞으로도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필요할 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환경을 구축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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