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지난 7일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요르단에 2:0으로 패배하며 64년 만의 우승컵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특히 외신도 클린스만 감독의 ‘무전술 축구’에 뼈아픈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축구를 높은 곳까지 이끌었던 명장 감독은 누가 있을까?

첫 번째 ‘거스 히딩크’(Guus Hiddink·휘스 히딩크)

사진/히딩크 재단
사진/히딩크 재단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는 ‘거스 히딩크’를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업적들은 뒤로하더라도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4회 연속으로 월드컵에 진출했으나 본선에서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하고 4무 10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이 개막한 이후 폴란드와 치른 경기에서 황선홍과 故 유상철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하며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승을 안겨주었다. 이후 열린 미국과의 경기에선 1-1 무승부, 포르투갈전에서는 박지성의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2승 1무로 D조 1위를 기록해 한국 축구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고, 16강에서 만난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선 설기현과 안정환의 골로 아시아 팀으로는 역대 2번째로 8강에 진출했다. 또 8강전에서는 스페인과 전·후반과 연장 모두 0-0으로 마무리했지만,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아시아 팀이 4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이후 4강전에는 독일에 패배, 3·4위 전에서도 터키에 지며 4위에 머무르게 됐지만, 16강 진출조차 어려워 보였던 대한민국 팀을 4위에 올린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두 번째 ‘파울루 벤투’(Paulo Jorge Gomes Bento)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역대 감독 중 최장기간(4년 4개월) 재임한 감독이다. 벤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조별 예선에서 우리나라와 맞붙었을 때 선수로 출전했고, 그때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2018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며 다시 만나게 되었다.

벤투 감독은 2022년까지 4년 넘게 팀을 이끌어오며 대한민국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기여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에 ‘빌드업(Build-up) 축구’를 들여왔는데, 이는 최후방 골키퍼부터 패스를 통해 전개해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전술이다. 이러한 전술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며 사상 두 번째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내는 원동력이 됐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에서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까지 완주한 감독 가운데 하나이자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4년의 임기를 채우며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선 감독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벤투 감독은 떠나기 전에 선수들에게 “이젠 정말 헤어질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선수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 번째 ‘울리 슈틸리케’(Uli Stielike)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슈틸리케 감독은 홍명보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급하게 선임된 감독이었다. 하지만 어수선한 대표팀의 분위기를 빠르게 흡수하고 ‘한국형 늪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15 아시안컵 이후로 슈틸리케 감독은 이집트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고, 2015 동아시안컵에서 무패를 기록하며(3전 1승 2무) 7년 만에 우승을 안겼다.

그러나 2017년 6월 2018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중국, 카타르에 연패했고, 이를 선수와 환경 탓으로 돌리는 매니징을 범하며 선수단과 축구팬 모두에게 신뢰를 잃고 경질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축구에서 감독은 팀의 계획과 전술을 짜고 선수와 코치진들과 조율하며 여러 문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선수의 개인 기량과 팀워크 등도 당연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감독의 역량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2년 우리나라가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축구 강국 팀들을 제치고 4강에 올라갈 수 있던 것도 감독의 역할이 크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이번 아시안컵은 아쉽게 8강에서 발걸음을 멈췄지만, 클린스만 감독 혹은 그 이후의 감독들이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과 같은 월드 클래스 선수들과 함께 더 높은 곳까지 날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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