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지난 7월 말, 충남도는 충남도내 공공도서관에서 이다 작가의 ‘걸스 토크’를 비롯한 책 10여 권에 대해 열람 제한 조치를 내렸다. 최근 충청도의 일부 보수단체들이 성·인권 문제를 다룬 청소년 책들을 금서로 지정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홍성군에서는 ‘금서열풍’이 불었다. 

‘금서열풍’은 이번 열람 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충남 홍성군 밝맑도서관에서는 ‘제1회 홍성 금서 대축제’가 지난달 11일부터 15일까지 열렸고, 주민들은 직접 금서로 지정된 책들을 열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밝맑도서관은 2011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세운 주민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에는 충남도 및 보수·학부모 단체가 금서로 분류한 책 70여 권이 비치돼 있다. 임원영 축제 진행위원회 위원은 이곳에서 진행한 ‘금서 대축제’에 대해 “학생에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금서를 읽고 있다”라며 “‘금서를 재미있게 읽어보자’는 취지에서 행사 이름에 ‘대축제’라는 말을 썼다”라고 말했다.

충청도의 일부 보수단체와 학부모 단체는 지난 5월부터 성교육·성평등·인권 도서 120여 권에 대해 열람 제한과 폐기 처분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그리고 직접 도서관을 찾아가 도서관장과 사서 등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충남도는 책 10여 권 열람 제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열람을 제한한 책 중에는 2020년 당시 여성가족부가 어린이의 성 인지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선정한 우수 도서들도 있고,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그린 책과 미국 대법관을 지낸 긴즈버그의 삶을 다룬 책도 포함되었다. 책을 직접 읽어본 한 시민은 “어째서 이 책들이 유해도서이고 금서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금서’ 앞에 색안경을 놓고 ‘색안경 쓰고 책읽기’라는 문구를 넣으며 이러한 상황을 풍자했다. 도서관 한가운데에는 ‘금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 달라’고 쓰인 게시판이 마련되었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그곳에 ‘금서’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남겼다. 

포스트잇에는 ‘이게 이 시대에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거꾸로 가는 세상’, ‘우리에게 친근한 책이 금서라니 놀랍다’, ‘충남의 교육 현실 이대로 괜찮은가요?’ 등의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한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지역 인권단체와 출판단체 등도 이를 ‘도서 검열’로 규정하며 “도서 폐기 시도는 독서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주민들은 ‘금서’에 대해 의아함을 드러냈다. 책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금서 축제를 통해 책들을 만난 학생들은 오히려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도 ‘금서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일었고, 인근에서 폭탄 테러 위협이 잇따랐다. 누구나 독자로서 ‘읽을 권리’를 갖는 시대에 지정된 ‘금서’. 아이들이 직접 책을 읽고 생각할 기회를 없애는 것이기에 사람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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