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이자 국가나 기업을 ‘글로벌 리더’라고 부른다. 역사 속 그리고 현재의 시대를 이끌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삶의 기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미국의 제재 속에서 어려움을 겪던 중국의 대형 IT 기업 화웨이가 최근 단숨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의 제재로 지난 3년 동안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았던 화웨이가 지난달 29일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메이트 60 프로를 깜짝 출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렇듯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동기부여’라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이건희’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 [화웨이 제공]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 [화웨이 제공]

‘중국의 이건희’로 불리며 화웨이의 눈부신 성장을 이뤄온 런정페이 회장. 그는 군인 출신의 기업인으로 중국 민간 기업을 세계 기업의 반열에 올린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런정페이는 군 공병단원으로 랴오양 화학섬유 공장 설립에 참여해 엔지니어로 일하다 실력을 인정 받으며 부연대장급인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퇴역하고 나서는 선전 난하이정유공사의 물류 서비스 기지에서 근무하다 1987년 화웨이를 세웠다. 당시 그의 자본금은 단돈 2만 2000위안뿐이었다.

‘고객 중심주의’ ‘우수한 서비스’

소자본으로 화웨이를 설립한 런정페이는 어떻게 눈부신 성공을 이룰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그간 소비자들 사이에서 별로 인식이 좋지 않았던 ‘중국 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지워나간 것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고객 중심주의’와 ‘우수한 서비스’를 내걸고 성장을 이뤄왔다.

모든 신생 기업이 그렇듯 화웨이도 설립 초기 출시한 제품들은 안정성이 떨어져 고장이 잦았다. 하지만 화웨이는 사후 서비스에 공들여 불만을 키우지 않았고 오리려 착한 기업 이미지를다. 그간 IT업계 공룡 기업들이 제품 고장에 보여온 ‘고객 탓’이 아닌 달려가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 이러한 극명한 차별점은 곧 판매량과 기업의 긍정적이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었고, 당시 중국에서 런 회장의 ‘고객 중심주의’ 전략은 화웨이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었다.

중국 창사의 한 행사장에 설치된 화웨이 부스 [연합뉴스 제공]
중국 창사의 한 행사장에 설치된 화웨이 부스 [연합뉴스 제공]

“반(反)세습경영” 철학

런정페이 회장이 또 하나 칭찬 받는 경영철학 중 하나는 반 세습경영이다. 실제로 그가 보유한 회사 지분은 고작 1.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6월의 한 간담회 자리에서는 "경영권을 이어받을 후계자는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가족은 영원히 화웨이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반 세습경영 철학을 강조했다.

미국 발 위기 속, 돋보이는 마인드

특유의 경영 방침으로 승승장구 하던 화웨이에 미국 발 위기가 닥쳤다. 미국은 2019년 5월부터 화웨이를 겨냥해 5G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돼 미국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봤다.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봉쇄'가 본격화됐다. 미국은 작년 8월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법(CHIPS Act)을 발효한 데 이어 한국·대만·일본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를 운용하는가 하면 첨단 반도체 제조 필수장비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의 중국 수출도 차단했다.

이러한 미국의 제재 속에 많은 어려움을 겪던 화웨이가 런정페이의 도전적인 마인드 아래 최근 재도약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런정페이는 최근 "미국의 제재는 압력이자 동기 부여이며 애플은 화웨이의 교사"라고 강조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내장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인 '메이트 60 프로'를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점에서, 런정페이의 발언 공개 시기가 의도적으로 조절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자리에서 런정페이는 경쟁사인 미국 애플에 대해 "배우고 비교할 기회를 준 교사가 있어 매우 기쁘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나는 애플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화웨이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화웨이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기술의 자립' 과제 극복할까

미국의 제재와 관련해선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에는 화웨이의 기본 플랫폼을 미국에 구축했으나, 제재 이후에는 이를 바꿔야 했다"면서 "지난 4년간 화웨이 직원 20만명의 노력 끝에 자체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미래에는 반드시 미국 플랫폼과 동일한 기반으로 실행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상호 연결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정페이는 그러면서 "화웨이는 기초 이론 과학연구를 중요시하며 매년 30억∼50억달러(약 3조9천900억∼6조6천5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ICPC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런 언급은 화웨이가 첨단반도체·5G 기술의 자립을 이뤄가고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여전히 애플·삼성전자 스마트폰에는 크게 뒤처지지만, 화웨이의 7나노 스마트폰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 압박·봉쇄를 뚫고 '기술 자립'을 이룬 결과라는 중국 내 평가가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 아이폰 판매량의 5분 1을 차지하는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이 위협받게 된 미국 애플과 경쟁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또 다시 꿈틀거리는 화웨이의 발걸음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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