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봉오동·청산리 전투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육군사관학교 내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육사 출신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 휘하 군 당국자들과 장성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육사 총동창회 등은 홍 장군이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어 육사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과 독립운동 단체 등은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가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1868.8.27 ~ 1943.10.25.)은 한말의 독립운동가로 만주 대한독립군의 총사령군이 되어 일본군을 급습하여 전과를 거두었다. 특히 독립군 본거지인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최대의 승전을 기록하였으며, 청산리 전투에서는 제1연대장으로 참가하였다. 그 후 항일단체들의 통합을 주선하여 대한독립군단을 조직, 부총재가 되었으며, 고려혁명군관학교를 설립했다.

청산리·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불리던 홍 장군은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후 연해주의 고려인 지도자로 활동했으나 1937년 옛 소련 스탈린 정권에 의해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주로 강제 이주 되어 한인공연예술극장 수위 등으로 일하다 1943년 10월 25일 75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홍범도 장군은 1962년 만주에서 독립군을 지휘하며 김좌진 장군과 함께 "혁혁한 공적"을 올린 것이 인정되어 건국훈장 2등급인 대통령장을 받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8월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계기로 1등급인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그리고 크즐오르다에 잠들어 있던 장군의 유해는 2021년 광복절을 계기로 고국으로 봉환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으며, 같은 해 10월 현충원역∼대전현충원 구간 2.02㎞는 '홍범도 장군로'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육사의 종합강의동인 충무관 앞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설치돼 있으며, 충무관 내부에는 대한제국 군대해산에 항의하며 자결한 박승환 참령의 흉상이 설치돼 있다. 2022∼2023년 육사 요람은 충무관 앞 5인의 흉상을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으로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군과 정치권 일각에서 특정 시기의 특정 집단에 속한 인물들만이 육사 내 가장 중요한 공간인 충무관 앞에 전시된 것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달 28일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홍 장군이 1921년 6월 러시아 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에 있던 독립군을 사살한 자유시 참변에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홍 장군의 자유시 참변 관여 여부는 학계에서도 논쟁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러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육사는 홍 장군 흉상은 외부로, 나머지 흉상들은 교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육사는 지난 달 31일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고, 홍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은 육사 내 '기념물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목표에 부합되게 육군사관학교장 책임하에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육사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 국방부와 육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는 왜 이전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왜 문재인 정권 때 대한민국 육군 간성을 키우는 육사에 설치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흉상 이전을 '역사 쿠데타'로 규정하고 "역사를 잊은 정권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독립영웅을 이렇게 모욕하고 부관참시한 정권은 일찍이 없었다"며 "육군의 미래를 이끌 동량들에게 독립 혼을 일깨우던 독립투사의 흉상을 이렇게 밀어내겠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또한 독립운동 단체들은 군이 국가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하고 때아닌 이념논쟁에 뛰어들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규탄한다.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군의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방침에 대해 "어떤 이유로도 부정할 수 없는 고귀한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말살하려는 의도는 반국가적,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는 것을 국방부와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청산리·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불리던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두고 찬반 논란은 거센 상황으로 그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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