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사랑한다’는 아름다운 말이 항상 같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질까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니까 라면서 뒤에 조건이 붙을 때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때론 이런 사랑이 듣는 사람에게는 순수한 사랑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바로 ‘가스등 효과’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혹은 존경하는 사람에게 무한 애정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 뒤에 따르는 그 사람의 행동을 스스로 정해놓고 기대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사랑하는데 그 정도도 못하니?’,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줘.’ 등 의 표현을 표출하거나 마음속으로 되 뇌여 보는 것이 그 예입니다.

 

미국의 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은 이러한 미묘한 감정을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 규정하고 ‘가스등 효과(Gaslight effect)’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동명의 저서를 발표했습니다.

가스등 효과라 명명한 이유는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으로 나왔던 1944년 흑백영화 ‘가스등’에서 따왔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버그만은 부유한 상속녀인 폴라로 나오는데,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사랑을 가장한 세뇌와 강요 억압을 통해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내용입니다.

로빈 스턴의 저서에 따르면 가스등 효과는 항상 사랑과 존경으로 맺어진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고 그 관계 속에서 조종하는 사람과 조종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전자는 ‘후자를 위해서’라는 구실을 대면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대신 결정해주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암암리에 강요합니다.

이러한 미묘한 심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등 인간관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갈등을 일으키다가 결국 높은 압력 속에 가스통이 폭발하듯 관계에 커다란 문제까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가까운 가스등 심리효과는 쉽게 고치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스등 효과를 유념하고 상대를 바라본다면, 엄마의 잔소리와 아들의 신경질 적인 반응이, 사랑하는 사람의 재촉과 그 사람에 대한 서운함이, 직장상사의 호통과 후임의 어두운 표정이 서로가 조금씩은 이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부부의 갈등, 연인사이의 갈등, 부모와 자녀의 갈등, 노사갈등, 친구간의 갈등 까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의 원인에 이 ‘가스등 효과’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 됩니다. 사랑의 폭력적 이면이지만 어쩌면 또 사랑의 증거이기도 한 가스등 효과, 상대를 고치려는 심리학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심리학인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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