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ㅣ여자로 태어났다면 언젠가 겪게 되는 ‘폐경’. 폐경은 난소 기능 저하에 따른 배란 중단으로, 월경이 사라지는 것(완경)을 말한다. 사람에게는 폐경이 당연하지만, 우리와 친숙한 포유류에게 모두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폐경을 겪는 포유류로는 어떤 동물들이 있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을 제외하면 이빨고래류의 암컷만 폐경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야생 침팬지들도 폐경을 겪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브라이언 우드 교수팀이 아프리카 우간다 서부 키발레 국립공원 내 응고고 야생 침팬지 공동체를 20여 년 동안 관찰 연구해 얻은 결과였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7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야생 침팬지 암컷들이 폐경을 겪고, 이후에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생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침팬지의 생식능력은 30세 이후 감소하고 50세 이후에는 새끼를 낳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점은 연구팀이 관찰된 모든 어른 암컷에 대해 번식을 마친 후 살아있는 기간을 조사하고 14~67세 암컷 침팬지의 소변 샘플을 채취해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기에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이 측정한 것들은 난포 자극 호르몬과 황체 형성 호르몬,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틴 같은 난소 스테로이드 호르몬 등 인간의 폐경과 관련된 호르몬 수치였다.

호르몬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암컷 침팬지들이 50세 정도부터 여성들이 폐경기에 겪는 것과 비슷한 폐경기 전환 증상을 경험하는 것도 나타났다. 그리고 공동체의 침팬지들이 폐경 후에는 자녀 양육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 일부 고래들을 비롯해 침팬지 일부 종도 폐경을 겪는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나, 그 이유는 미궁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엑서터대 연구팀에 따르면 암컷이 번식 기간은 늘리지 않으면서 총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폐경’이 진화했다. 폐경을 겪는 5종의 이빨고래는 들쇠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일각돌고래, 벨루가고래인데, 이들 암컷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암컷 고래보다 약 40년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연구팀은 뒤이어 이빨고래류에서 폐경이 암컷이 번식 기능을 계속 유지할 경우 불가피해지는 딸이나 손녀와의 짝짓기 경쟁을 피하면서 후손 세대의 생존을 돕기 위해 진화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얼핏 보면 폐경이 암컷 진화의 원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처럼 매우 구체적인 상황에서만 벌어진다고도 설명했다. 암컷 이빨고래도 먹이를 나누고 그들의 지식을 이용해 먹이가 부족할 때 먹이를 찾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세상 밖으로 나와 삶을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물들. 인간을 비롯한 다른 모든 생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비한 점들이 매우 많고,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또한 무성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가는 전문가들이 또 어떤 새로운 자연의 비밀을 알아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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