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이자 국가나 기업을 ‘글로벌 리더’라고 부른다. 역사 속 그리고 현재의 시대를 이끌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삶의 기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도자를 뽑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도 3월 대선을 치르게 되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어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대선을 앞두고 감옥에서 돌연 사망해 추도 물결과 서방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알렉세이 나발니

2020년 촬영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0년 촬영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나발니는 1976년 6월 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으며, 1998년 인민우호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2000년에는 그리고리 야블린스키가 이끄는 자유주의정당 야블로코에 가입하며 정계에 진출했고, 2007년부터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러시아 대형 국영기업들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반정부 운동을 주도하며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나발니 암살 시도
지난 2020년 8월 20일 나발니는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차를 마신 뒤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었고 이후 독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독일 측은 나발니가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18일 만에 의식을 회복한 나발니는 이 독극물 공격의 배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일축했다.

나발니의 수감

교도소 수감 중이던 알렉세이 나발니[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교도소 수감 중이던 알렉세이 나발니[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나발니는 2021년 1월 17일 러시아로 귀국했으나 곧바로 당국에 체포당해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1년 1월부터 감옥에 수감됐다. 그는 최초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약 235km 떨어진 멜레코보에 있는 제6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로 이감됐다.

나발니의 사망

꽃다발 속 故 나발니 사진[연합뉴스 제공]
꽃다발 속 故 나발니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던 중 지난 16일 나발니가 돌연 사망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알렉세이 나발니가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의 응급조치에도 사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사인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아 많은 의구심을 남겼다.

서방의 비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투옥 중이던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서 “크렘린궁의 반대파 탄압의 역사는 길고 추악하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푸틴이 자국민의 반대 의견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없다”며 “독재에 용기 있게 맞서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단결하자”고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깊은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며 “우리는 모든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는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심각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도 푸틴을 비난했다.

추모 행렬과 단속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나발니 임시 추도장소에 헌화하려다 경찰에 연행되는 시민[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나발니 임시 추도장소에 헌화하려다 경찰에 연행되는 시민[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나발니의 사망 소식에 러시아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사망으로 여론이 술렁일 것을 우려하며 집회 단속을 벌이겠다고 알렸고, 당일 경찰은 추모 장소에서 꽃만 두고 지나가라며 확성기를 대고 외쳤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32개 도시의 추모 행사 장소에서 총 400명 이상이 끌려가 구금됐다고 현지 인권단체 ‘OVD-info’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2022년 9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위한 러시아 예비군의 일부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1천300여명이 체포된 이후 가장 큰 연행 규모다.

나발니의 가족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연합뉴스 제공]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연합뉴스 제공]

나발니의 모친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아들 사망 하루 뒤인 17일 살레하르트 병원의 영안실을 찾아갔지만 당국이 시신을 돌려주지 않고 행방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는 나발니의 사인을 조사 중인 연방수사위원회가 시신 조사에 최소 14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당국이 거짓말과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유럽연합(EU)에 러시아 대선 결과를 거부해야하 한다고 촉구했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율리아는 EU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이같은 선거를 인정하지 말라. 자신의 가장 큰 정적을 암살한 대통령은 그 자체로 합법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나발니 외에도 푸틴에 반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사망했다. 그러나 나발니는 정확한 사인도 규명되지 않았고, 유족들은 그의 시신을 돌려받지도 못했다. 모든 논란에도 푸틴은 이번 대선에서도 큰 이변 없이 승리할 전망이며, 나발니의 사망에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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