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태양계의 마지막 순서로 나란이 자리하며 쌍둥이 행성이라 불려오던 해왕성(8번째)과 천왕성(7번째). 이 둘은 행성의 크기와 구조가 유사한데, 그저 해왕성은 옅은 하늘색, 천왕성은 짙은 파란색 정도로 구분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근 해왕성의 특별한 비밀이 밝혀지며 색마저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양계 행성들 가운데 태양에서 8번째 먼 거리에 있으며, 반지름 기준으로는 네 번째로 크고, 질량으로는 세 번째로 무거운 행성 ‘해왕성’. 해왕성은 ‘목성형행성’처럼 기체로 이뤄진 가스형 행성으로, 고체 형태의 표면이 없기 때문에 크기를 나타낼 때 1기압인 지역을 크기를 재는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토대로 크기를 지구와 비교하면 적도 반지름은 지구의 3.883배인 24,764km, 극 반지름은 지구의 3.829배인 24,341km로 쌍둥이로 불리는 천왕성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작다.

고체 표면 없이 기체로 이뤄진 해왕성은 전체 성분의 약 80.0%가 수소이며, 약 19.0%는 헬륨, 약 1.5%는 메탄(CH)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밖에 중수소 화합물(HD), 에탄(CH) 등이 소량으로 포함돼 있다. 대기는 암모니아, 물, 황화수소 암모니아, 메탄과 같은 기체가 응결돼 얼음 형태의 입자(에어로졸)로 이루어져 있다. 기체로 이뤄진 다른 목성형행성들처럼 고리를 두르고 있지만 두께가 얇아 지상에서 망원경으로는 관측할 수 없다. 

망원경 없이는 볼 수 없는 행성이기도 한 해왕성은 발견과 정식 태양계 행성으로 인정되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했다. 먼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년~1642년)가 그의 망원경을 이용해 1612년 12월 28일부터 1613년 1월 27일까지 움직임을 기록한 자료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이를 행성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후 프랑스의 천문학자 알레시 부바르(1767년~1848년)가 천왕성의 궤도가 예상과 다르게 변하는 것을 관측한 후 ‘발견되지 않은 행성의 중력에 의해 섭동 받고 있다’는 추론을 내놓았다. 그러다 프랑스 수학자인 위르뱅 르베리에(1811년~1877년)가 해왕성 궤도를 계산으로 처음 예측했고, 이후 1846년에 요한 고트프리트 갈레(1812년~1910년)는 르베리에가 계산으로 예측한 해왕성의 위치를 이용해 그 범위 안에서 해왕성을 처음 관측했다.

관측 후 태양계 8번째 행성으로 이름을 올린 해왕성은 7번째인 천왕성과 쌍둥이로 여겨져 왔다. 그저 큰 구분 점은 옅은 하늘색인 해왕성과 달리 천왕성은 짙은 파란색으로 추정되어 왔을 뿐. 그런데 최근 이 사실이 실제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의 관측 자료를 종합해 실제 색과 가장 가깝게 보정한 결과 두 행성은 모두 색마저 매우 비슷한 하늘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패트릭 어윈 교수팀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에서 해왕성은 옅은 하늘색이고 천왕성은 짙은 파란색이라는 통념과 달리 두 행성은 모두 비슷한 푸른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동안 널리 알려진 두 행성의 이미지가 실제 색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색은 알지 못했다며 이 연구에서 두 행성의 정확한 색조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관측 자료에 따르면 천왕성과 해왕성의 색은 모두 녹색을 띤 푸른색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해왕성에 천왕성보다 약간 더 파란색이 가미돼 있다는 정도이며 이는 해왕성의 안개층이 더 얇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런데 이 두 행성의 색이 다르다고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유일하게 두 행성을 지나쳐 비행한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보이저 2호를 포함해 20세기에 촬영된 두 행성의 사진이 모두 다른 색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단색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재조합해 합성 컬러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행성의 진짜 색깔이 정확히 반영되지 못했고, 특히 해왕성은 사진이 '지나치게 파랗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던 것.

아울러 연구팀은 또 천왕성이 태양을 84년 동안 공전하는 동안 색이 조금씩 변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도 제시했다. 1950~2016년 애리조나주 로웰 천문대가 청색과 녹색 파장으로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천왕성의 남극과 북극 중 하나가 지구를 향하는 여름과 겨울에는 녹색 톤이 더 짙어지고 춘분과 추분에는 푸른빛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천왕성은 자전축이 97도 기울어져 있어 하지나 동지에는 북극이나 남극이 태양과 지구를 거의 직접적으로 가리키는데 이에 따라 극지 반사율이 변하면 천왕성의 전체 밝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름철 태양이 비추는 극지방에서는 메탄 얼음 안개가 두꺼워지면서 녹색과 적색 파장의 반사율이 높아져 천왕성이 더 푸르게 보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오랜 기간 이어진 천왕성과 해왕성의 연구. 먼 만큼 어려웠던 연구였기에 이번 발견은 수십년간 천문학자들을 괴롭혀온 해왕성의 색에 대한 오해와 천왕성의 비정상적인 색 변화라는 두 가지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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