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여성의 경제활동, 임금 격차 등 난제에 대해 동인을 밝혀낸 경제학자

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이자 국가나 기업을 ‘글로벌 리더’라고 부른다. 역사 속 그리고 현재의 시대를 이끌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삶의 기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2023년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노벨상은 각 분야에서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되는 상으로 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 또는 의학, 평화, 경제학 총 6개 부문이 있다. 그 중 ‘2023 노벨경제학상’은 미국의 ‘클로디아 데일 골딘(Claudia Dale Goldin, 77세)’ 하버드대학 교수에게 돌아갔다.

어린 시절과 교육

클로디아 골딘[연합뉴스 제공]
클로디아 골딘[연합뉴스 제공]

클로디아 골딘은 1946년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학생 시절 읽었던 폴 드 크루이프의 ‘미생물 사냥꾼’(The Microbe Hunters, 1927년)을 읽고 세균학에 빠져, 코넬 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업을 이어가던 도중 규제, 산업 조직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며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산업 조직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처음에는 경제학 박사 과정만 진행했지만, 인종·범죄·성별 등 다양한 분야에 경제학적 원리를 적용한 경제학자 게리 베커에게 영향을 받아 노동경제학 과정도 추가했다. 결국 그는 ‘미국 전쟁 전 도시와 남부 산업의 노예 제도’에 관한 학위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골딘의 경력

클로디아 골딘[연합뉴스 제공]
클로디아 골딘[연합뉴스 제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골딘은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1972년엔 프린스턴 대학교로, 1979년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로 옮겨 종신 정교수가 됐다. 1990년에는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에 부임해 해당 학과에서 종신 교수로 임용된 최초의 여성이 됐다.

클로디아 골딘은 1999~2000년 경제사학회 회장과 2013~2014년 미국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미국 정치사회과학 아카데미, 노동경제학회,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 등 여러 단체의 회원으로 선출된 바 있으며, 네브라스카, 룬드, 취리히 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과 경제

클로디아 골딘[연합뉴스 제공]
클로디아 골딘[연합뉴스 제공]

성별 간의 임금 격차, 노동 시장에서의 여성 참여, 교육 및 노동 경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그는 200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여성 중심의 경제사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는 통념과 다르게 유(U)자형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밝혀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19세기 초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감소했다가 20세기 이후 서비스 산업의 성장과 함께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별에 따른 소득과 고용률 격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피고, 원인을 규명해냈다. 골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별 임금 격차의 요인은 주로 ‘시장과 가정, 가족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자녀인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행위는 ‘거의 언제나’ 여성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는 ‘부부간 공평성’을 깨뜨린다고 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사회의 ‘탐욕적 노동 문화’(Greedy work)도 임금 격차를 부채질한다고 했다. 시간 외 근무, 주말 근무, 야근 등 각종 수당으로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미국의 기업 문화에 있어 대부분의 가정은 남자는 일에 집중하고 아내는 육아하며 유연 근무를 하는 방식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회적 차원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등 일과 삶을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3 노벨경제학상

노벨상[사진/wikipedia]
노벨상[사진/wikipedia]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로 클로디아 골딘에게 2023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 위원회에 따르면 골딘은 수 세기에 걸친 여성 소득과 노동 시장 참여에 대한 포괄적 설명을 사상 처음으로 제공했고, 노동 시장 내 성별 격차의 핵심 동인을 밝혀냈다.

이와 관련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선정 위원회 의장인 야코브 스벤손은 “노동에서 여성의 역할을 이해하는 건 사회를 위해 중요하다”면서 “골딘의 획기적 연구 덕분에 우리는 (성별격차의) 근본적 요인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장벽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전했다.

사회현상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

골딘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본격 도입된 원격 근무가 여성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된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원격 근무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이러한 기술이 고소득 일자리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자녀를 둔 미국 대졸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팬데믹 이후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러한 가설에 무게를 더했다. 부부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를 공동으로 하게 된 것이 여성의 고용과 경제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자기 제자인 황지수 서울대 교수와도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전해진다. 황 교수는 “여성의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이 저출산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 거 같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과 공통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미시·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200년간의 자료를 살펴보며 거시·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임금 격차 등에 대해 연구해 온 클로디아 골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전 세계에서 반세기 넘게 고민해 온 문제고,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난제로 남아있다. 그렇기에 골딘의 연구는 근본적 요인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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