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배우 주윤발(저우룬파·周潤發·67세)의 전재산 기부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영원한 ‘따거(큰형님·大哥)’ 주윤발을 비롯해 전재산 기부로 찬사를 받은 유명인 누가 있을까?

무려 8,10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주윤발. 1976년 데뷔해 이후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 '도신'(1989), '종횡사해'(1991) 등을 비롯해 '방탄승'(200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2006), '상하이'(2010) 등 할리우드 작품에도 출연하며 많은 인지도와 부를 축적해왔다. 

그런 그는 자신의 큰 선행에 대한 관심에 특유의 겸손함과 유머로 받아쳐 인간미까지 내보였다.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져와 세상을 떠날 때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상관없다. 그 돈이 의미 있는 단체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였으면 한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는가 하면 “제가 아니라 아내가 기부한 것이다. 제가 힘들게 번 돈이었다. 저는 기부하고 싶지 않았다...저는 아침은 안 먹고 흰쌀밥 두 그릇이면 된다. 당뇨가 있어서 한 그릇만 먹기도 한다.”라고도 답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로 사랑을 받은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는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화제가 되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순자산은 1억 6천만 달러(한화 약 1,869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6년 ‘007 카지노 로얄’을 시작으로 2021년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총 5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하며 부와 명예를 쌓아왔다. 

다니엘 크레이그 역시 기부도 기부지만 마인드가 돋보였다. 2021년 다니엘 크레이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다음 세대에게 거액의 유산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 상속하는 것은 정말 싫다”라며 “나의 철학은 죽기 전 돈을 모두 쓰든지 기부하는 것...부자로 죽으면 실패한 것”이라는 카네기의 격언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중화권 배우 성룡 역시 통큰 전재산 기부 스타로 유명하다. 지난 2011년 성룡은 공식 석상에서 “전 재산 98억 대만달러(한화 약 3,430억 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아들인 방조명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찬사를 받았다. 

특히 한국 방송에서도 기부 의사를 밝혔는데, 지난 2014년 한국의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시즌3’에 출연해 “최선을 다해 영화를 찍어서 열심히 번 후, 그 돈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라며 “재산의 반은 이미 15년 전에 기금회에 기부한 상태다. 나는 죽을 때 은행 잔고가 0원이어야 한다고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는 소신을 밝혀 찬사를 이끌어냈다. 

지난 8월 26일 99세의 나이로 별세한 배우 밥 바커(Bob Barker)는 평소 동물을 사랑해 온 마음을 담아 동물단체에 전 재산을 기부하고 떠났다. ‘알츠하이머병’를 비롯해 고혈압, 갑상샘 기능 저하증, 고지혈증 등의 지병을 앓았던 밥 버커는 세상을 떠나면서 재산 7천만 달러(한화 약 933억 원)를 동물단체에 기부했다. 

밥 바커의 선행은 생전에도 이어졌다. 그는 컬럼비아대, 버지니아대, 하버드대, 조지타운대, 듀크대, 노스웨스턴대, 스탠포드대 로스쿨에 기부하는 등 동물보호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으며 PETA(미국 동물 권리 비영리 단체)의 공익 광고에 여러 차례 참여, 2010년에는 PETA의 사무실 공간 구매 자금으로 250만 달러(한화 약 33억 3200만 원)를 기부했다.

기업인들도 전재산을 기부하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 9일 별세한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피니. 그는 평소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한 부자였다. 검소한 생활과 반대로 무려 80억달러(약 10조7176억원)에 이르는 통큰 사회 환원은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면세점 DFS의 공동창업자인 피니는 1931년 미국 뉴저지주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장학금을 받아 코넬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동창과 함께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50년대에 여행 산업이 커지며 사업이 번창했다. 피니는 원래의 삶과는 다른 사치스러운 생활에 회의를 느낀 이후 부자들의 사교 클럽을 그만두고 대학, 병원 등에 익명으로 재산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재산 기부자들이 사회에 훈훈한 온정을 나누기도 했다. 지난 9월 13일 별세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설립자 이종환 명예이사장(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대표적으로, 고인은 평소 인재 육성에 많아 지난 2000년 (재)관정이종환재단을 설립했다.  

특히 한국에서 자연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소망을 품고 이공계와 자연과학 분야 학생들을 위한 장학제도를 운용해왔는데, 관정재단 장학생 수는 지난 23년간 1만2000여명에 이르고 박사학위 수여자도 750명에 달한다. 매년 국내외 장학생 1000명에게 총 15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이 됐다. 재단에 그가 지금까지 쾌척한 재산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별세한 '장학 할머니' 전정숙 여사는 전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기부해 왔다. 고인은 후학 양성에 써달라며 1997년부터 2015년까지 15억여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는데, 충북대는 고인과 부군의 이름을 딴 '최공섭, 전정숙 장학기금'을 설립해 연간 재학생 8명에게 4000여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특히 고인은 자신도 어렵게 살아왔음에도 선뜻 기부에 나섰기에 귀감이 된다. 고인은 1925년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여고를 졸업한 뒤 스무 살에 결혼했다. 1년도 되지 않아 부군이 사고로 실명해 미장원, 화장품 대리점, 극장 등을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누군가에게 선뜻 기부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전 재산을 선뜻 기부해 온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온정의 비가 되어 내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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