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비슷한 소재와 주제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을 감동시키는 천재 애니메이터

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이자 국가나 기업을 ‘글로벌 리더’라고 부른다. 역사 속 그리고 현재의 시대를 이끌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삶의 기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ㅣ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바람이 분다’ 이후 10년 만의 신작으로 관객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자이자, 작품만 내면 화제가 되는 믿고 보는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여러 번의 은퇴 번복으로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사진/flickr]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사진/flickr]

미야자키 하야오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1년에 도쿄에서 태어났다. 항공사의 관리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행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이후 작품에서도 비행기가 많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 일본 최초의 장편 컬러 만화 영화인 ‘백사전’을 보고 애니메이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학교에서는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1963년 졸업 후 토에이 애니메이션에 입사한다. 이곳에서 30년 이상을 같이하게 되는 타카하타 이사오와 아내가 되는 아케미 오타도 만난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에서 일하며 <걸리버의 우주여행>(1965)의 결말 부분이 맘에 들지 않아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것이 영화에 반영되며 연출가로서의 재능을 보여줬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제작사를 옮기기도 했던 그는 1978년 <미래소년 코난>으로 감독 데뷔했다.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스튜디오 지브리[스튜디오 지브리 홈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스튜디오 지브리[스튜디오 지브리 홈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984년엔 환경과 전쟁 등의 소재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만들었다. 미야자키가 원작부터 애니메이션 감독을 동시에 맡았으며 이후 그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주제의 모체이기도 하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성공하게 되며, 하야오는 그의 동료 타카하타 이사오와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이웃집 토토로>(1988), <마녀 배달부 키키>(1989)를 연속으로 내며 명성을 얻었다.

특히 세 작품 모두 하늘을 나는 장면이 있는데, 비행과 비행기에 대한 이상을 보여준다. 또 세 작품 모두 다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녀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비행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환경이나 전쟁 등의 주제를 다루는 게 그가 좋아하는 방향이자 잘하는 일이 된 것도 이때의 일이다.

하야오의 작품
작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97년 <모노노케 히메>에선 숲의 신과 숲을 개발하려는 인간 사이의 갈등을 그렸는데 그의 작품 중 비교적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식 포스터]

2001년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회자되는 작품으로 분위기와 배경, 노래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잘 만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 또한 소녀의 이야기로, 이사를 하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신들의 세계에서 홀로 살아남고, 부모님을 구해서 돌아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마법, 다양한 신과 신들의 목욕탕이라는 소재와 배경으로 지루할 틈 없이 잘 풀어냈다. 하야오는 외모에 편차를 많이 두는 편인데, 앞선 <모노노케 히메>의 남자 주인공 ‘아시타카’와 더불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하쿠’까지 지브리의 3대 미남으로 불리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1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은 물론 2002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에서도 최우수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하울과 소피['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틸컷]
하울과 소피['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틸컷]

3년 후인 2004년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들었다.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고 있는 유럽의 한 마을을 무대 삼아, 마녀의 저주로 인해 90세 노인이 되어버린 18세 소녀 소피의 이야기다. ‘움직이는 성’이라는 소재로 흥미를 끌고 어딘가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진정한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마찬가지로 소녀, 비행기, 전쟁 등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며 지브리 3대 미남 중 마지막인 주인공 ‘하울’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외에도 <벼랑 위의 포뇨>, <마루 밑 아리에티>, <고양이의 보은> 등 하야오의 작품을 보고 자라온 세대라면 누구라도 알만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다.

넷플릭스 판권 판매

넷플릭스 로고[사진/wikimedia]
넷플릭스 로고[사진/wikimedia]

지브리의 작품은 스트리밍이 불가능한 게 원칙이었다. 하야오 감독은 기술 발전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고, 스마트폰은커녕 PC도 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결국 넷플릭스에 판권을 판매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영화 제작비 때문”이라고 모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영화를 만드는데 천문학적인 돈과 엄청난 시간이 들기에 제작비를 벌기 위해 미야자키 감독을 설득한 것.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의 입소문에 따르면 한 작품에 100억 엔(1,130억 원) 정도로 21개 작품, 2조 원가량을 넷플릭스가 지불했다고 전해진다.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공식 포스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공식 포스터]

지난 7월 일본 개봉 당시 개봉 4일 만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흥행 성적을 돌파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0년 만의 작품이자 오랜만에 찾아온 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에 국내 팬들의 기대감도 달아오르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에 우연히 발을 들인 소년 ‘마히토’가 미스터리한 왜가리를 만나며 펼쳐지는 모험인데, 하야오 감독의 독창적인 예술세계가 집대성된 작품으로 알려졌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공식 포스터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공식 포스터

스튜디오 지브리 역사상 ‘가장 긴 제작 기간’, ‘가장 높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으로 무려 7년 반 동안 만들어졌다. 또 넷플릭스에 판권을 판매하면서까지 제작비를 충당했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미리 예고편을 만들지 않는 등 마케팅도 최소화했다. 다행히 일본 개봉 이후 영어권 예고편이 공개됐고, 우리나라도 현재는 공식 예고편이 공개된 상태다.

매 작품 이후 휴식기를 가지던 하야오 감독이 이 작품 이후로도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며 새 작품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고 전해진다. 41년생 82세의 나이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무실에 출근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천재 애니메이터. <미래소년 코난>부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40년 넘게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한 축을 맡아주고 있다. 그가 원하는 만큼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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