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대조적 조화를 추구하는 노출 콘크리트계의 대가

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이자 국가나 기업을 ‘글로벌 리더’라고 부른다. 역사 속 그리고 현재의 시대를 이끌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삶의 기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ㅣ카페나 식당 등을 가면 ‘노출 콘크리트’를 흔히 볼 수 있다. 인테리어를 조금만 잘못해도 완성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기에 유튜브 등에서 개그 소재로도 사용되기도 하지만, 조화롭게 인테리어 했을 때 박물관 혹은 전시장에 와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요즘 유행하는 ‘노출 콘크리트’는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가 완성했다.

건축계에 들어선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사진/wikimedia]

‘안도 다다오’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쌍둥이의 형으로 태어났다. 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토목이나 건축 현장에서 노동을 하며 우연히 건축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는 건축을 두 가지 방법으로 배웠다. 하나는 ‘독학’이다. 그는 독학에 대해 “학교에 가거나, 혹은 가지 않더라도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혼자서 배우고, 혼자서 자신의 인생과 맞부닥뜨리는 방법이 내게는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하나는 ‘답사’다. 1965년부터 1969년까지 4년간 답사를 다녔다고 한다. 러시아·핀란드·스위스·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프랑스·오스트리아·인도·미국 등을 답사하며 아돌프 루스(Adolf Loose), 미켈란젤로(Michelangelo), 알바 알토(Alvar Aalto) 등의 작품들과 수많은 고전 건축을 보고 공부하며 온몸으로 느끼면서 안도만의 독자적인 건축관을 형성했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뮤지엄 산[뮤지엄 산 인스타그램 갈무리]
뮤지엄 산[뮤지엄 산 인스타그램 갈무리]

안도 다다오 하면 ‘노출 콘크리트’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사용하기 이전 노출 콘크리트는 다소 어두침침하고 무거운 재료였다. 안도는 거칠고 원초적으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르코르뷔지에’와 매끈한 콘크리트 면을 살리는 ‘루이스 칸’의 건축을 답사하며 자연스레 영감을 얻었다. 이후 수많은 도전 끝에 지금의 반들거리는 ‘안도 표 노출 콘크리트’를 만들어 냈다. 이전의 이미지는 벗어던지고 가벼운 대리석과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해 내 우리는 오늘날의 ‘안도 표 노출 콘크리트’를 흔히 접할 수 있게 됐다.

기하학적 형태

뮤지엄 산[뮤지엄 산 인스타그램 갈무리]
뮤지엄 산[뮤지엄 산 인스타그램 갈무리]

다다오는 건축에 있어 다각형, 원, 타원과 같은 기하학적 형태를 선호한다. 기하학적 형태는 인간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런 인공적인 것을 자연과 배치함으로써 오히려 조화를 이루어 내는 역설을 만들어 낸다. 순응적 조화가 아닌 대조적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건물을 통해 보는 빛과 자연

'빛의 교회'로 불리는 카스가오카 교회[사진/flickr]
'빛의 교회'로 불리는 카스가오카 교회[사진/flickr]

그는 기하학적 형태를 이용해 건축하며 그 안에 스크린을 담아내기도 한다. 의도해서 절개한 부분들로 주변의 풍경들이 보이며, 새어 나오는 빛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는 걸 바라보는 것도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를 대표하는 건축물로는 ‘빛의 교회’라 불리는 이바라키 카스가오카 교회가 있다. 예배당 정면에 크게 십자가로 길을 내어 빛이 들어오게 했는데, 따로 십자가를 걸지 않아도 자연스레 보이는 빛의 십자가와 노출 콘크리트의 조화가 장관을 이룬다. 이는 1996년 국제교회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외에도 바람의 교회, 물의 교회 등 교회 3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 있는 다다오의 건축물

뮤지엄 산 명상관[뮤지엄 산 인스타그램 갈무리]
뮤지엄 산 명상관[뮤지엄 산 인스타그램 갈무리]

우리나라에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있다.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SAN)’은 공간(Space), 자연(Nature), 예술(Art)의 앞 글자를 따서 SAN이라 부른다. ‘뮤지엄 산’은 개관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지만 노출콘크리트로 가득한 회색 건물로 생각하고 온다면 놀랄 것이다. 밖에서 바라본 본관의 모습은 콘크리트보다는 석재, 그중에서도 파주에서 공수해 온 ‘파주석’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노출콘크리트가 빠지진 않았다. 실내 곳곳에 노출콘크리트의 향연인데, 역시나 표면이 대리석처럼 매끄럽고 광택까지 나 놀라움을 자아낸다.

외에도 명상이 가능한 명상관, 조명과 구조로 감탄을 자아내는 제임스터렐관, 야외를 수놓은 정원들을 통해 안도 다다오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살아갈 힘을 찾는 장소’라는 의미를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글라스하우스[사진/wikimedia]
글라스하우스[사진/wikimedia]

또 제주 본태박물관, 제주 유민 미술관, 제주 글라스하우스, 종로구에 있는 JCC 재능문화센터, 강서구의 LG아트센터까지 모두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특히 제주 글라스하우스는 섭지코지에 있는 대표적 건축물로 기역 자 모양과 통창이 특징이다. 제주도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또 LG아트센터는 2022년 10월에 서울식물원 내에 개관했다. 다목적 공연장, 리허설룸, 교육 공간과 함께 곡선과 대각선 등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LG아트센터[LG아트센터 인스타그램 갈무리]
LG아트센터[LG아트센터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는 어려운 환경과 좋은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독학과 답사로 자신의 길을 찾았다. “상반되는 공간적인 개념들을 하나의 단일 건축으로, 각각의 개념들을 초월해 하나의 건축 속으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라는 안도 다다오. 자본이 대두되는 건축계에 자신만의 길을 구축한 그의 건축물들을 방문해 그의 마음과 생각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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