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수습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각종 SNS에서 학창 시절의 ‘생활기록부’를 조회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X(엑스·옛 트위터)에 ‘생활기록부’ 키워드가 한국에서 많이 언급되는 ‘대한민국 트렌드’로 급상승하며 생활기록부 인증 사진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때 정부24 홈페이지는 생활기록부를 온라인으로 발급하려는 접속자가 늘면서 접속 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생활기록부 조회’는 지난달 말부터 취업 시장 및 대학 수시가 열린 가운데 생활기록부를 제출해야 하는 청년들이 이를 발급받아 내용을 확인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학교 행정실에 직접 방문해야 볼 수 있던 생활기록부를 지금은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게 되면서 잊고 있던 추억을 회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생활기록부는 초·중·고등학생의 학적을 기록한 장부로, 여기에는 수상 내역이나 생활 태도 등 학교생활에 관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온라인으로 조회하는 ‘학교생활기록부(대입전형용)’은 2014년 이후 졸업생(1995년생 이전)만 증명서를 뗄 수 있으며, ‘학교생활기록부(초중고)’는 2003년 이후 졸업생(1984년생 이전)이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을 담당하는 담임선생님이 직접 작성하는 생활기록부. 청년들은 그중에서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항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과거의 자신을 만날 수 있고, 생각보다 정확한 평가부터 따뜻한 말까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적극적이었고 의사가 명확했다”라는 생활기록부의 평가를 읽은 한 대학생은 MBTI보다 더 정확하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SNS에는 각종 인증 사진과 “눈물이 났다”, “감사하다”, “마치 잃어버린 기억 조각을 찾은 기분이다” 등 여러 후기를 볼 수 있다. 

생활기록부를 열람한 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했다. 바로 “자존감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현재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은 생활기록부를 보고 “생활기록부를 보고 내가 과거엔 정말 훌륭한 학생이었고, 소중한 존재였다는 점을 깨달았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달픈 현실에서 만들어진 ‘과거 미화’라고 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내가 생각보다는 엉망이 아니었구나’ 싶어 SNS에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라며 “학창 시절엔 본인이 별로였다고 생각해도, 누군가 자신을 굉장히 좋게 봤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올라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이 된 지금은 과거보다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지고 경쟁도 심해졌다”라며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면, 과거를 회상하면서 안락함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에 치이며 지친 사람들이 생활기록부를 통해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더군다나 생활기록부에는 선생님들이 좋은 이야기만을 남기기 위한 흔적이 남아 있다. 지각을 많이 하는 학생에게도 ‘생활을 관리할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써 주었고, 학생이 모르는 장점을 알아보고 기록해 주었다. 아직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다시 보지 않았다면, 힘들 때 꺼내 잊고 있던 ‘나’를 떠올리며 위로받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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