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아무 관계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잔혹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어 ‘치안 안전국’의 대명사였던 대한민국에 사회 안전망이 뒤틀리고 있다. 특히 별다른 동기 없이 자신의 분풀이를 하기 위한 ‘이상동기 범죄’와 그러한 범죄 예고글이 난무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최근 잇따르는 '이상동기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주재로 법무부·보건복지부·경찰청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상동기 범죄’란 뚜렷하지 않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동기를 가지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벌이는 폭력적 범죄를 말한다. 흔히 ‘묻지마 범죄’라고 알려졌는데, 이 용어는 20년 넘게 언론 등에서 사용되어 오다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2022년 1월 ‘이상동기 범죄’로 명칭을 정정하고 공식 통계로 분류·관리하기 시작했다.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범행 대상에 필연적인 이유가 없는 등 불특정성이 두드러진 사건을 지칭해 온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을 굳이 왜 고쳐야 했을까. 무엇보다 용어 자체가 사건의 전형적인 특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그간 경찰 통계로도 분류되지 않았고 학계에서 진지한 분석 대상이 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당시 경찰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후 다양한 범죄를 사회 구조적 문제를 배제한 채 ‘묻지마’라는 수식을 다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용어 자체는 물론 이와 관련하 수사 방식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 되었고, 명칭 변경은 물론 이와 관련된 범죄 분석 및 통계 수집, 대응책 마련 등에 나서기로 했고 2022년 1월 ‘이상동기 범죄’로 명명되었다.  

이후 ‘이상동기 범죄’의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을 이상동기 범죄 관련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두고 강력수사·여성청소년수사·생활질서과 등이 참여해 피의자 신병 처리 절차와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대책을 공유하고 점검하기로 했다. 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내 사건 구분에 ‘이상동기 범죄’ 확인란을 만들어, 담당 수사관이 심사를 의뢰하면 범죄분석관이 대상자의 정신질환 이력과 가·피해자 관계 등을 분석해 최종적으로 ‘이상동기 범죄’를 확정해 통계로 분류하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자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개인적 실패의 원인을 사회 전체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하여 범죄를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착각으로 도덕적 판단을 상실하거나 자신의 실패를 남 탓으로 전가하며 자신의 폭력과 살인을 정당화 한다. 때문에 한 개인이 ‘실패’라고 인식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 실업율의 증가, 빈곤 등이 이상동기 범죄의 사회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경제 불황과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이상동기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 실제로 명칭 개정의 계기가 되었던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의 경우 범인은 자신이 직장에서 여성 직원에게 음해를 받았다는 것을 이유로 아무 관계가 없는 여성을 살해하였다. 

최근 흉기난동 범죄와 같은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짐에 따라 대책을 발굴하고 관계부처와의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머리를 맞댔다. 먼저 행안부는 지난 9일 최근 흉기 난동 범죄 관련, 경찰·지자체와 협력해 적극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1일 열린 회의에서는 부처별 이상 동기 범죄 대응 추진방안을 공유하고, 행안부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사안에 관해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행안부에서 검토 중인 폐쇄회로(CC)TV 등 범죄예방 기반 시설 확충, 정신질환자 합동 대응 모델 확대, 자율방범대 활동 확대 지원 등 안건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안건 중 지자체와 협력이 필요한 사항은 행안부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협조해 전국적으로 정책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급증하는 이상동기 범죄와 이를 예고하는 글들. 이상 동기 범죄로 인한 국민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실질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최선의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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