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픈런', '마감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아환자가 당일에 진료를 보기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단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부족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5%, 2021년 38%, 2022년 27.5%로 매년 수직하락을 기록 중이고 2023년도 전공의 지원율은 16.6%를 기록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공석을 채우기 위해 지난 7월 13일부터 27일까지 이뤄진 하반기 상급년차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8개 전문 진료과목 전공의 충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전체 병원의 총 모집공고 606명 중 확인된 지원자는 3명에 그쳤을 뿐, 특히 빅5 중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4개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상급년차 전공의를 뽑으려 했는데, 총 27명 모집에 지원자는 0명이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환자는 적기에 치료를 못 받고 의사는 가중된 업무에 현장을 이탈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전공의 구인난은 더 심각한 상황. 이러다간 소아청소년과 진료 공백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가 부족하니 교수 등 기존 전문의들의 고충은 더욱 심해진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전공의 수련병원 4곳 중 3곳에서는 교수가 당직 근무를 서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은 곧 지역 소아 응급의료 붕괴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재현으로도 연계될 수 있어 위험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일은 고되고 돈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급감한 데다 일부 소아 환자 보호자들의 악성 민원에 피로도가 높은 과로 알려지면서 기피 대상 1호로 낙인찍혔다. 설상가상으로 매출에 큰 도움이 되는 비급여 항목도 없어 수입을 의료수가에만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 앞으로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렇게 돈은 안 되면서 고되기만 하기에 젊은 의사들의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선배들이 힘들어 떠난 기피 과를 후배 의사들도 외면하는 것. 의료계는 전문의 시험을 포기한 의사들이 안정적인 진료 환경과 수입이 보장된 피부·미용 같은 급여 위주의 의원을 운영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어린이 중증 환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지역에서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내년부터 전국 5개 권역에 소아암 거점병원을 육성한다. 인력을 충원하고 주변 병원과 협력해 소아암 전담 진료팀을 구성해 운영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 인력을 보강하는 계획도 있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허울뿐인 대책이다’라는 의료계의 비판이 압도적이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분야로 의사가 쏠리는 현실을 바꾸려면 더 실효성 있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필수 진료 의사들의 보상 체계를 제대로 개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 볼 만하다. 특히 일본은 야간 소아 응급 진료에 대한 처우가 확실하다. 6세 미만 진료비는 50~70%, 3세 미만의 진료비는 330%~500%까지 높게 책정된 수준. 하지만 한국의 소아 야간진료 진찰료는 성인의 2~7%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자 정치권도 노력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달 26일 현 소아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입법·예산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수가 체계는 물론 의료인에 대한 법적 보호 문제도 심각해 국가적 의료체계의 위기까지 오는 것 같다. 민주당도 노력하겠지만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서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신동근 의원은 "특히 소아 의료체계는 위기를 넘어 스스로 해체를 선언할 만큼 붕괴로 치닫고 있다"며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중장기 대응책을 내놓기보다는 해당 병원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면피에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역 내 필수의료 담당 의사를 양성할 공공의대 설립·운영법을 조속히 검토하고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 국립의전원 설립 및 국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 강화 ▲ 광역시도 공공의대 확충 ▲ 500병상 규모 공공병원, 공공의대 부속병원으로 지정 ▲ 의료서비스 공급체계 전면 개혁과 공공성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선진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외과·산부인과 등이 진료 공백 위험에 직면해 있다. 환자는 적기에 치료를 못 받고 의사는 가중된 업무에 현장을 이탈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필수 의료분야를 선택한 의사 등 의료인에 대한 법적 지원과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근본 원인을 찾고 거기에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정부에서 내줘야 할 시점이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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