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된 그림 속의 ‘얼룩 삽살개’가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식용어]
300년 된 그림 속의 ‘얼룩 삽살개’가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이승재 기자
  • 승인 2017.06.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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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승재] 1743년, 조선 영조 당시 활동하던 화가 김두량이 그린 그림에는 짧은 털에 얼룩무늬를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밤중에 사립문을 지킴이 임무인데 어찌하여 길 위에서 대낮부터 이렇게 짖고 있느냐’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림 속의 강아지는 밤 중에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킬 뿐만 아니라 액운과 귀신을 쫓고 복을 부른다고 알려진 바로 우리의 전통견 ‘얼룩 삽살개’다. 

이 그림 속에 있는 얼룩 삽살개가 현실에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김민규 교수팀이 이 그림 속의 얼룩 삽살개를 복원해낸 것이다. 단모종인 얼룩 삽살개는 굉장히 희귀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삽살개의 경우 대부분 장모(長毛)견이지만 단모(短毛)견은 전체의 약 3%에 불과하다. 거기다 단모에 얼룩무늬까지 가지고 있는 단모 얼룩 삽살개는 통계를 내기도 어려울 만큼 굉장히 드문 확률로 태어난다. 

출처 / 대전동물원 제공

사실 삽살개는 과거에는 한반도 남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품종이었다. 하지만 1940년 조선총독부가 총독부령을 발표하고 난 뒤 삽살개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 때 총독부령의 내용을 살펴보면 견피의 판매 제한에 관한 법령으로 조선 안에서 개의 가죽을 판매하는 것을 일제가 독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일본 군인들의 방한용 군수품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고, 긴 털을 가진데다 방한과 방습에 탁월한 가죽을 가진 삽살개는 학살의 대상이 되었다.당시 일본은 삽살개를 비롯한 토종견을 100~150만 마리 정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만행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삽살개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1960년대 경북대 교수팀이 삽살개 탐색작업을 시작했고, 그 뒤로부터 지금까지 삽살개의 복원작업이 진행됐다. 그렇게 삽살개 복원을 위해 노력하던 중 한국 삽살개 재단은 2000년대 초반 수컷 얼룩 삽살개와 유사한 종을 발견해 번식을 하려 했으나 이 개가 무정자증이어서 증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복원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충남대 김민규 교수팀은 삽살개 재단에서 전달받은 얼룩 삽살개의 체세포를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을 이용했고, 세포를 융합시킨 후에 대리모견에 이식해 임신과정을 거쳐 얼룩 삽살개의 복제에 성공했다. 이렇게 태어난 삽살개는 수컷 2마리로 연구팀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복원에 성공한 얼룩 삽살개는 현재 대전의 오월드의 어린이 동물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어렵게 성공한 얼룩 단모 삽살개인 만큼 동물원 측에서도 특성에 맞는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전담 사육사를 배치하는 등 안전한 상태에서 관람객의 사랑을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얼룩 단모 삽살개의 번식을 위해 암컷 삽살개 복제도 시도할 계획이다. 

인간에 의해 종적을 감췄던 삽살개가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얼룩 단모 삽살개의 탄생은 생물학적으로 동물 복원 기술의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라졌던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 다시 계승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어 더욱 값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어렵게 다시 만난 우리의 토종견 얼룩 삽살개가 앞으로는 우리의 곁에 오랫동안 함께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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