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정선 pro] 지금까지 지구에는 총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멸종의 정확한 원인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멸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구에서는 급격한 멸종보다는 많은 종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인간에 의한 포획,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마트라 코끼리, 시베이라 호랑이, 아무르 표범, 코뿔소, 고릴라 등도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 안에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동물 멸종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때는 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희귀 거북, 바타거 아피니스의 유일한 서식지로 알려져 있던 캄보디아 남서부 코콩주 스레엠벨 강 유역에서 한 주민이 바타거 아피니스의 알 14개가 있는 둥지를 발견했고, 그 중 9마리의 새끼가 5월 초 알에서 무사히 부화한 것이다. 한 때 이 거북의 알을 왕족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이 거북을 ‘로얄 터틀’ 또는 ‘왕가의 거북’이라고도 불렀다. 

미국 야생동물보전협회(이하 WCS)에 따르면 현재 이 거북의 야생 개체 수는 10마리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타거 아피니스는 2000년대 초반 스레엠벨 강에서 극소수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었다. 하지만 이 거북의 서식지로 알려진 스레엠벨 강 부근에서 강의 준설공사, 불법 벌채 등이 계속해서 이뤄지면서 번식기 암컷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그동안 이 거북의 둥지가 감소했다. 

이에 WCS는 캄보디아 정부와 함께 10여 년 전부터 바타거 아피니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 왔다. 원래 알을 식용 목적으로 채집했던 사람들을 직접 고용해 반대로 알들을 보호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렇게 보호를 위해 노력한 결과 둥지 39개에서 알 564개를 보호할 수 있었고, 그 중 알 382개를 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부화한 어린 개체들은 몇 년간 보호소에서 사육된 뒤 자연을 돌아갔지만 서식지 파괴로 인해 생존률이 급감했다. 

야생에서 살아남은 바타거 아피니스가 10여 마리 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9마리의 새끼가 부화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극소수의 개체수에서 종족을 유지할 수 있는 명맥이 이어진 것이다. WCS는 새롭게 태어난 새끼 거북 9마리를 인근 보호센터에서 수용하고, 약 200마리의 다른 새끼 거북과 함께 지내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가능하다면 보호소에서 번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보호소 바깥의 환경을 바꾸는 일이다. 그동안 보호를 받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거북들은 대체로 생존에 실패했다. 지금 발견된 9마리의 바타거 아피니스도 보호 후 자연에 방사됐을 때 성체로 자라 생존을 하고 번식에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캄보디아는 현재 불법 삼림 벌채, 밀렵 등으로 인해 자연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이미 호랑이 1종은 멸종이 선언되기도 했다. 

캄보디아의 환경 파괴가 멈춰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바타거 아피니스라는 또 다른 종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인간이 욕심으로 인해 수많은 종이 멸종 혹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 생물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그 다음 사라지게 될 존재는 누구일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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