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pro]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헌정 사상 유례없이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그만큼 후보를 검증할 시간을 짧고, 거기에 등록한 후보도 역대 최고라서 후보들의 검증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토론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19일 치러진 KBS 대선 후보 토론은 기존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앉아서 진행했던 대선 후보 토론과 달리 서서 진행하는 ‘스탠딩 토론’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스탠딩 토론을 본 유권자들은 단지 서 있는 것만 다를 뿐 기존의 토론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탠딩 토론은 과연 그냥 서서 하는 토론을 의미하는 것일까? 스탠딩 토론을 자주하는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스탠딩 토론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우리나라의 스탠딩 토론은 그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스탠딩 토론의 목적은 ‘유권자에 대한 설득’이다. 사전 자료나 원고 없이 오로지 후보자의 신념과 정책, 공약을 알리며 유권자를 설득하는 자리인 것이다. 작년에 치러진 미국 대선 과정에서의 스탠딩 토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유독 ‘여러분’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토론의 목적이 ‘유권자’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선 후보로 나온 5명은 후보들끼리 논쟁을 벌이기 바빴다. 모두 발언과 전체 발언 외에는 유권자들에게 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권자를 언급하며 설득하는 목적인 스탠딩 토론의 목적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토론을 서서하는 것에는 유권자들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하지만 우리 후보들은 이런 자각들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토론 도중 무릎이 아프다는 성토를 하며 스탠딩 토론을 체력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충분한 토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자유토론’을 통해 후보 간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할 수 있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탠딩 토론은 ‘자유 토론’을 룰로 정했지만 시간제한을 두고 있어 특정 후보에게 질문이 몰렸는데 9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답변이나 자신의 정책을 설명할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사회자의 역할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스탠딩 토론의 경우 사회자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적극적으로 토론을 이끌어간다. NBC의 앵커 레스터 홀트는 토론 진행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이야기하는 트럼프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고, 트럼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클린턴에게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남은 시간이나 순서를 알리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후보는 많지만 검증할 기간은 턱없이 부족한 이번 대선. 그렇기에 대선 후보 간 토론은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다.

하지만 정확한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후보와 역시 이해가 안되어 있어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언론사로 인해 야심차게 도입된 스탠딩 토론은 단순히 ‘서서 하는 토론회’가 되어 버렸다.

후보자와 언론사가 조금 더 의의를 이해하고 성숙한 태도로 토론에 임했다면 새롭게 도입한 스탠딩 토론이 유권자들이 선택을 함에 있어서 더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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