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대한민국에서 몸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 그 종(種)은 씨가 마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이 말이 근거 없이 웃으라고 한 말이냐면 또 그렇지가 않다. 바로 뉴트리아 때문이다.

뉴트리아는 원래 남미에서만 살던 설치류의 동물이지만 모피가 좋고 고기맛이 담백하다는 소문이 돌아 한국에도 사육을 위해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리 고기 맛이 좋다고 한들 한국에서 설치류, 즉 쥐를 먹는다는 것은 매우 생소하고 혐오감을 들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고 사육을 지속할 수 없는 뉴트리아 사육자들은 무분별하게 자연에 방생해 버렸다.

▲ 뉴트리아(출처/위키피디아)

천적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 땅에 방생된 뉴트리아들은 닥치는 대로 늪지 식물을 갉아먹어 정부에서 생태 교란 동물로 지정이 되었고 각 지자체들은 생태계 환경을 망가뜨리는 뉴트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두당 2만원이라는 현상금까지 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제 지자체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뉴트리아는 우리나라에서 멸종 테크트리를 타는 듯이 보인다. 뉴트리아가 몸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상대 산학협력단은 최근 뉴트리아의 담즙에 웅담 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의 함유 비율이 곰보다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UDCA는 손상된 간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어 자양강장과 보양 성분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다만 곰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뉴트리아 13∼15마리 정도에서 곰 한 마리에 해당하는 UDCA 성분을 추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이에 생태계를 파괴하던 천덕꾸러기로 취급됐던 뉴트리아가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 뉴트리아는 포획되면 소각 절차를 밟는데, 웅담성분이 있다는 발표가 나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뉴트리아 민간퇴치반에는 뉴트리아 포획방법과 담즙을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때는 뉴트리아의 항문을 봉합해 배변을 하지 못하게 해 정신분열증을 일으키게 해서 새끼들을 없애는 ‘항문봉합술’까지 사용하자는 주장이 일어 동물단체의 보호(?)를 받았던 뉴트리아. UDCA성분만 추출해서 섭취하지 않고 야생의 뉴트리아 담즙을 함부로 섭취하면 기생충 등에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뉴트리아는 곧 귀하신 몸이 될 것 같다.

한때 생태계 교란종으로 큰 고민거리였던 황소개구리가 있다. 황소개구리는 철새의 도래지인 대한민국의 특성상 올챙이들이 철새들의 먹이가 되어 자연적으로 도태가 되기도 했지만 개구리가 보양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건강원 등에서 인기 있는 품목이 되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개체가 되었다.

이번 뉴트리아 담즙에 대한 연구 역시 뉴트리아 박멸을 위한 연구 중 하나로 이런 관심들은 그 연구의 목적을 빛나게 하는 성과이고 뉴트리아의 개체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지만, 몸에 좋다는 소리에 무조건 먹고 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오용, 남용하면 보양은커녕 몸을 축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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