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디자인 이연선 pro] 셋집을 얻을 때 임차기간 동안의 차임 전부를 미리 지급하는 형태인 사글세(朔月貰). 집이나 방을 다달이 빌려 쓰는 형태인 월세(月貰).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맡기고 그 부동산을 일정 기간 동안 빌려 쓰는 일인 전세(傳貰)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주거 임대 형태는 변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기도,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부동산 시장에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주거형태가 생겨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깔세’입니다.

 

깔세는 임차할 때 임차 기간만큼의 셋돈을 한꺼번에 미리 지급하는 월세를 얕잡아 이르는 말로, 보증금 없이 일정 기간의 월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임차 방식의 세입니다. 이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임대시장에서 임대료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적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1년 단위로 임대료를 선납 받아 월세를 처리하는 임차방식이 있습니다. 또 방학이 있고 장기간 이용할 의사가 없는 대학가 근처의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며 신조어입니다.

사실 깔세는 신조어라고 하지만 어찌 보면 과거의 사글세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사글세는 일반적인 주거에 좀 더 적용된 반면, 깔세는 단기간 영업이나 목적을 가진 상가들이 임차 또는 방학동안 비워지는 학생들의 집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요대상이라는 점입니다.

흔히 반짝 세일이나, 공장의 부도나 폐업 등으로 물건의 재고정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을 하는 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깔세는 주로 사철 등산복이나 화장품, 생활 잡화 등을 취급하고 있으며, 고정 세입자가 아니라 단기간 치고 빠지는 식이어서 대표적 불황형 매장으로 통합니다.

실제로 깔세는 법률상 전대차(轉貸借) 형태가 다수입니다. 원(原) 세입자 즉, 1차 세입자가 다른 2차 단기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맺는 거죠. 깔세는 1차 세입자가 임차 기간 도중 폐업하거나 다른 자리로 옮길 때, 남은 계약 기간에 원래 가게 자리를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셈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 깔세 입장에선 목돈이 들어가는 권리금이나 굳이 간판을 달지 않아도 돼 자본금 면에선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깔세가 많아지는 주된 이유. 불황에 증가하는 상가 공실률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기가 나쁘면 폐업하는 매장이 늘고, 세입자나 건물주 입장에선 상가를 비워두기 보다 깔세라도 받아서 임대를 놓는 것이 수익적으로 도움 되기 때문입니다.

단기간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다른 지역을 체험하고, 생활해 보기위해 생겨난 깔세의 형태는 환영받아 마땅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형태는 불황의 틈새시장에서 등장한 부동산 임대의 한 형태인 만큼, 무작정 반길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도나 폐업 없이 경기상황이 좋아야 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하고 임대를 보다 안정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깔세의 등장. 발전해야 하는 부동산 시장이 자칫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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