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유현] ‘세상은 나를 꺾을 수 없다’라며 장벽 높은 패션 시장에 우뚝 선 이가 있다. 바로 디자이너 고태용이다. 그는 여느 디자이너처럼 해외파 출신에 고학력자는 아니지만, 그 만의 방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남성복 ‘비욘드 클로짓’의 디자이너이자 대표인 그는 2008년 이래 지금까지 매 시즌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호평이 줄을 이었고 2013년부턴 뉴욕 패션 위크에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야말로 핫한 디자이너 고태용을 통해 디자이너 삶에 대해 알아보자.

PART 1. 참신한 시각과 강한 추진력을 지닌 디자이너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 네. 저는 ‘비욘드 클로젯’ 브랜드를 하고 있는 디자이너 고태용입니다.

 

디자이너란 꿈은 어떻게 생기셨고 어떻게 지금의 여기까지 오셨나요?
- 대학교를 의상학과로 편입하게 되면서 패션에 관심이 생겼고 사실 처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우연히 학교에서 보내준 패션쇼를 보면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졌죠. 패션쇼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양한 감정들, 짜릿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패션 나만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에 대해 꾸준하게 노력하게 됐죠.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되는 데 자금력 등 부모님이나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으셨겠어요.
- 아니에요. 부모님은 패션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시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대학교 때부터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쪽 계통 사람들을 통해 정보통이 빨랐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소하고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만 해도 다양한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걸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적어요. 저는 그런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도움을 받으려고 했어요. 물론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받긴 받았죠. 자금이 없으면 안되겠지만 자금력만이 브랜드 성공의 기준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비욘드 클로짓’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 ‘비욘드 클로짓’은 아메리칸 클래식과 프레피 룩에 기반이 됐구요 사실 지금은 이 두가지의 접점을 만들고 재해석하면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처음에 제가 추구했던 브랜드 방향은 굉장히 소년의 룩을 만드는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가장 이상적인 소년의 룩을 그리면서 아메리칸 클래식, 아이비 룩, 프레피 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죠.

 

‘비욘드 클로짓’의 성공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지금은 너무나 대중화되어 있지만 제가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만 해도 생소했던, 남성복임에도 불구하고 색상이 컬러풀하고 유니섹스로 풀어냈던 것이 적중했던 것 같구요 디자이너 브랜드이지만 대중적이고, 저렴한 브랜드로 대중들에게 다가간 것이 특징이었던 것 같아요.

옷 가격이 디자이너 브랜드임에도 싼 편인데, 디자이너 브랜드인데 이래도 될까요?
- 사실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사람들이 고태용 저를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나와 내 브랜드를 알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것이 더 이상 과거의 하이엔드와 고가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거든요. 최근에 살아남는 패션 트렌드를 봐도 디자이너 브랜드 랑방이 SPA브랜드 H&M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하는 등 하이엔드(고급시장)와 매스(대중)시장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죠. 앞으로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협력)를 하면서 그 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어요.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듯 매년 하이엔드 제품 컬렉션, 패션쇼도 계속 할 거구요. 하이엔드와 매스 시장의 접점을 찾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어요.

2013년부터 뉴욕컬렉션에 진출하셨는데 경험을 통해 느낀 한국 시장과 해외 시장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사실 한국과 외국 시장이 크게 다르다기보다는 그냥 시장의 크기가 다른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사실 패션이 많이 발전해서 퀄리티나 디자이너 실력이 그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 같지는 않고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경우 시장의 크기가 해외에 비해 작기 때문에 브랜드들은 많이 생기지만 이를 유통하기엔 작은 시장이라는 점이 좀 아쉽죠.

 

우리나라 패션산업이 성장,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 해외 유명 시장의 경우 소비자들이 패션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른 점이 있어요. 아무래도 한국은 아직까지 옷을 평가할 때 옷이나 디자이너에 대한 아이덴티티 같은 스토리를 생각하기 보다는 명백하게 원가를 가지고만 판단하는 면이 있는데 외국은 스토리나 정체성에 관심이 많죠. 이 점이 아직 조금 아쉬운데 최근 SNS, 인터넷 등을 통해 패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기 때문에 조금씩 나아질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먼저 4대 도시(밀라노, 뉴욕, 런던, 파리)와 비교하기보다는 아시아에서 크게 인정을 받아야 되는 것 같아요.

‘패션센스 있다’라는 말을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런 평가는 결국 사람들이 해 주는 얘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기가 어떤 하나의 스타일을 고집했을 때 그게 좋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그걸 고집하는 것은 부정적일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그 스타일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여름 핫한 패션은 무엇일까요? 추천 부탁드릴게요.
- 여러 가지가 있겠는데 셀럽, 패셔니스타들이 입는 스타일이 핫한 거 아닐까요? 사실 ‘핫’한 것과 ‘대중적’인 것과는 다를 수 있는데요. 대중적이진 않을 수 있지만 패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올해 핫한 아이템은 와이드 팬츠, 소매가 긴 티셔츠, 오버 사이즈 핏의 상의.. 이런 것들이 있겠네요.

 

고태용은 26살에 처음으로 패션쇼를 보고 27살에 바로 디자이너로 데뷔한 패기넘치는 추진력을 가진 사나이었다. 특히 고태용은 SNS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 SNS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을 알리고,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중들 앞에 다가서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남들이 한 길만을 고집할 때 여러 길에 도전하는 참신한 디자이너였고, 패션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 역시 뚜렷한 디자이너였다. 다음 편에선 패션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꿈과 열정을 집중 조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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