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1등만 주목받는 세상이라 했던가. 학교에서도 2등보다는 1등한 학생이 더 많은 축하를 받고 올림픽에서도 다른 메달 선수들 보다 금메달 선수가 더 주목받는 게 세상이치다. 1등만 주목받는 탓에 2등을 비롯한 나머지들은 들러리가 되는 이 사회에서 2등이라 더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스스로 2인자라 칭하는 개그맨 출신 방송인 박명수다. 10년 넘게 방송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1인자 유재석 바로 옆에 서 있는 그는 수위 높은 개그를 하면서 진행 욕심을 부리다 결국 다시 유재석에게 진행을 넘긴다. 그러면서 “재석아 나 버리면 안돼~” 그의 말 한 마디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박명수는 스스로를 2인자로 만들며 자신만의 개그를 구축한 머리 좋은(?) 개그맨이다.

▲ (출처/무한도전 홈페이지)

그는 1993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하여 표영호, 홍기훈, 김학도, 서경석, 이윤석과 함께 활동했다. 쭉 찢어진 눈에 어눌한 말투, 외모는 개그맨 지망생들이 부러워할 만한 외모였지만 그가 줄곧 행했던 버럭개그는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동기들에 비해 낮은 인기와 인지도, 긴 무명시간이 있었지만 그의 ‘성공’을 향한 뚝심은 그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고 지금에서는 ‘호통 개그’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의 전성기를 만들어준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 시절 PD와의 불화로 잠정 하차했지만 유재석과 동료들의 회유로 다시 들어오게 됐다. 당시에는 인기는 끌지 못하고 몸만 고생하던 그 프로그램이 지금은 그에게 복덩이이자 대표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 (출처/박명수 인스타그램)

오로지 방송일만 하는 1인자 유재석과 달리 박명수는 여러 가지 사업을 시작했다. 치킨 사업, 피자 사업, 자신의 약점인 탈모를 이용한 흑채 사업까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 불안한 2등이라 그랬던 것일까. 이러한 그의 모습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웃음 소재로 이용되긴 했지만 시청자들에겐 오히려 인간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2등이기에 도전하는데 두려움이 없다. 1등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더욱 더 관심을 쏟고 그것을 자신의 분야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EDM, 음악이다. DJ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명수는 그레이트 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또한 자신만의 EDM 음악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 중이다.

▲ (출처/박명수 인스타그램)

그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또 한가지의 이유, 현실적인 어록이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세 번 참으면 호구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등 자신이 겪은 삶 속에서 나온 이 말들은 현실 명언이라 불리는 어록들에 의해 억지로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사이다 같은 한 방이 된 것이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박명수의 인생 바꾸기 특집이 방송됐다. 녹화전 제작진은 SNS를 통해 유재석과 박명수의 삶을 선택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조사 결과, 놀랍게도 55:45로 박명수의 승리로 밝혀졌다.

박명수의 삶을 선택한 이들은 대체로 “편하게 살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으며 눈에 띄는 답변 중 하나는 “길게 살 거면 유재석, 짧게 살다 갈거면 박명수”라고 답해 모든 일에 올바르게 살아가는 유재석보다 때론 화도 내고 호통치는 현실적인 박명수를 보며 시청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낌을 짐작할 수 있다.

▲ (출처/박명수 인스타그램)

2인자라 자격지심을 갖거나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박명수는 자신을 2인자라 자신있게 칭하며 캐릭터를 만들고 방송이 아닌 다른 분야로 관심을 넓혀 자신의 삶을 완성해갔다. 누구에게는 약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그에겐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약점으로 힘들어하고 있거나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면, 박명수처럼 현실적인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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