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배우 조덕현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참 바쁘게 걸어왔다. 때로는 그저 연기가 좋아서 또 때로는 그저 일로써 그렇게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다. 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활기 넘치는 ‘홍대’같았던 배우 조덕현, 그는 이제 북한강변의 고즈넉한 산책길의 ‘여유’를 담은 배우가 되고자 한다.

PART 2. 연기자의 길을 천천히 걷고 싶다.

 

이번 6윌에 시작한 연극 ‘아들’ 소개 부탁드립니다.
-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고뭉치에 도둑질까지, 그렇게 와이프는 도망가고 곁에는 아들과 엄마 밖에 남지 않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입니다. ‘아버지’는결국 우발적인 사고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교도소를 가게 되죠. 그러다 아들의 편지로 특별 휴가를 받게 되어, 소중한 하루 동안 아들과 어머니를 만나는 그런 내용입니다. 뭐 중간에 아들에 대한 반전이 있어요. 그 부분은 직접 보시면서 확인해 주세요. 하하하. 한마디로 줄이자면 아들과 아버지의 하루 동안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연극입니다.

영화 ‘아들’ 하고는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
- 사실 제가 영화 ‘아들’을 안 봤습니다. 연출 스텝의 말을 들어보면 많은 각색이 이루어 졌다라고 하더라고요. 스토리만 가져가고 많은 부분을 각색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맡은 연극 ‘아들’ 속 아버지는 어떠한 캐릭터인가요?
- 사실 연습 초반에 연출님과 캐릭터에 대한 분석차이가 있었습니다. 연출님은 ‘온화한 아버지’로 표현해 주기를 원한 반면, 저는 먹고 살기 힘들고 배운게 없어서 도둑질을 하는 이러한 부분이 비춰지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사람은 기본적인 근성이라는 것이 있고 그런 바탕이 되는 성격이 있기에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닐까라는 분석을 했거든요. 하지만 연출님은 그냥 온화한 아버지를 바랬습니다. 지금 결과적으로 보면 연출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내가 원하는 캐릭터로 가지 못한 부분 그런 점은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그래도 연출님이 굉장히 섬세한 사람이라 믿고 가게 되었죠.

 

아버지를 연기하면서 어떠한 점을 주안점으로 두었는지요?
- 제가 사실 자식이 없어서 부성애들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성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가장 주안점이었고 또 그 부분이 많이 걱정 되었습니다. 음 ‘자식이 없는 배우가 아버지 역할을 한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죠. 주변 아빠들에게 많이 물어보며 그 부분을 잘 표현해 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6월7일이 첫 공연이었는데 어떠셨어요?
- 첫공연.,,저희끼리는 ‘만족한다.’라며 파이팅 넘치게 시작했습니다. 뭐 긴장은 했지만 그야말로 잘 굴러갔습니다. 특히 관객들도 많이 오시고 일달 첫 출발은 좋았습니다.

무대에서 연기의 주안점을 둔 부성애를 느꼈나요?
- 음...그런데 지금 제 아들로 나오는 배우들이 나이들이 적지 않은 배우들이라 사실 자식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계속 역할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자식 같더라고요. 무대 뒤에서 부둥켜안고 부자지간처럼 서로 응원하기도 하고, 이런것이 무대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기분은 어떤가요?
- 제가 2006년도 장진 감독의 연극 ‘택시 드리블’이후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는데...음 시간을 거슬러 이 연극의 캐스팅 초기에 사실은 안하려고 했습니다. 너무 두려워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전에도 연극 제의가 들어왔는데 많이 거절했거든요. 무대를 섰던 사람인데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서려니 너무 무서웠던 거죠. 지금 상태로 하면 관객들에게 욕먹을 것도 같았습니다.

특히 준비가 안 된 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은 돈을 지불한 관객에 대한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사기꾼이 되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거절을 했습니다. 계속 거절을 하다가 제작사 대표가 대본이라도 한번 봐 달라 해서 읽어 봤는데 자신은 없는데 반대로 또 굉장히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말하면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하게 된 거예요. 사실 막올라가기 전까지도 두려웠습니다.

 

무대에 서니 두려움이 희열로 바뀌던가요?
- 첫 회 공연을 마치고나니 개인적으로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잠자고 있던 감각이 깨어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전의 무대에서 느꼈던 그 감각들이... 그러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지금은 ‘앞으로 자주 연극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점은요?
- 사실은 10년 만에 하는 연극이라 요즘 연극 시스템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하고는 전혀 다른 상상치도 못한 일들이 많더라고요. 대표적인 것이 과거에는 ‘극단’ 시스템이라 선후배관계가 굉장히 돈독했는데 그에 비해 요즘은 굉장히 자유롭고 개인적이더라고요. 마치 방송 연기하듯이 각자 연습 끝나면 가고, 촬영 때 만나 인사만 하며 지내는...심지어 밥도 따로 먹고...이러한 추세가 연극에도 왔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런 점 때문에 정붙이기가 쉽지 않아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이 이렇다면 내가 맞춰가야겠구나 생각했죠. 같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과 조금 더 어울리고 싶고 젊은 후배들에게 이야기도 해주고 싶고 했는데, 다들 하는 이야기들이 “형님 요즘은 함께 안 어울려요. 각자 생활을 즐겨요.”이더군요. 그래서 ‘아 그래 그렇구나’라고 받아들이며 함께하는 배우 중에 저와 같은 40대가 몇 명 되는데, 그들하고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곤 하죠.

공연 전 연습할 때 예전보다는 다소 딱딱한 분위기일 것 같은데요?
- 연습도 부분도 그렇더라고요. 참 놀라웠던 점이 저희 때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했거든요. 그렇게 보통 최소 2달 연습 많게는 3달 연습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하루에 4시간 5시간 정도 한 달 연습하더라고요. 주말에는 쉬고...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연습해서 어떻게 무대에 올라갈 수 있나 염려했는데, 잘 진행되더라고요. 효율적인 측면을 강조해 연습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또 느낀 점이 요즘 젊은 배우들은 워낙 바쁘더라고요. 뮤지컬과 겸하는 배우들이 많아서 한 번에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더라고요. 예전 처럼 ‘올인’하는 경우는 많이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참 많이 변했구나.’를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그래 그래야 먹고 살지 라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조덕현씨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은데 뮤지컬은 계획이 없으신지요?
- 체질적으로 맞지가 않습니다. 뮤지컬은...아직 뒷골목? 무대가 좋습니다. 하하하

조덕현씨는 모든 연기할 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 ‘그냥 한 작품에 올인 하자.’ 그리고 ‘그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맡은 인물에 최선을 다하자.’ 또 중요한 것은 ‘사기치지말자. 돈 주고 보는 사람들에게 절대 사기 쳐서는 안 된다.’ 몇 만원씩 관람료를 내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거짓말 하지는 말자라는 주의입니다. 제대로 준비도 안한 채 관객 끌어들이기에 현혹 되지 말자 이러한 뜻입니다. 그리고 한 씬이 되었든 한 컷트가 되었든 “저 배우는 돈이 아깝지가 않아.” 이런 평가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조덕현씨 배우로서의 포부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 늘 좋은 연기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요. 그리고 쉬지 않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음...그때까지 그냥 ‘천천히’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그저 천천히 연기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 소망이고 꿈이죠. 막 크게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존경하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 저는 사실 막 존경하는 배우는 없습니다. 그냥 겸손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들은 전부 멋지게 생각하고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조덕현씨가 느끼기에 사기안치는 배우는 누구일까요?
- 많은 분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최민식 선배가 사기 안치는 진정한 배우죠. 그분이 유명세가 있어서가 아니라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정말 본받을 만한 배우입니다. 자신이 100% 소화를 하든 못하든 임한 작품만을 붙들고 늘어지는 사람이라...작품 몰입에 방해된다고 인터뷰조차도 잘 안합니다. 최민식 선배의 한 작품에 올인하는 그 모습은 다른 배우들이 본받을 만한 모습입니다.

 

연기 활동 외 취미활동은 무엇인가요?
- 하하하. 저는 백수입니다. 실은 제가 완전 복잡한 ‘홍대’에서 살다가 작년에 고즈넉한 가평의 한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북한강과 산이 근처에 있고 해서 쉴 때는 강아지랑 산책이나 운동 다니고 그렇습니다. 그게 저의 취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홍대에서 가평이라, 극과 극의 지역으로 가셨는데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 그냥 답답했어요. 그리고 사람에 치이다보니 매일 술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와이프에게 좀 한적한 자연 근처로 가자고 상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제가 심적으로 지쳐있었는데 이곳에 와서 많이 안정도 찾고 좋아졌습니다.무엇보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서 너무 좋습니다.

조덕현씨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 예전에는 배우를 하고 싶어서, 또 꿈이 배우여서 연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돈을 벌어야 해서 또 연기를 해야 했죠.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는 돈보다는 나의 가치를 따지게 되더라고요. ‘배우 조덕현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후회가 들기도 하고...‘내가 진정성 있게 연기를 해본적이 있나.’ 하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연극을 하게 된 것도 ‘내가 꿈꾸었던 그 시절로 다시 한 번 가보자.’ 라는 생각에서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도 돈을 떠나서라도 좋은 작품의 연극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좀 굳혔어요. 뭐 내가 영화를 덜하고 드라마를 덜 하더라도 그래 ‘그것’을 잊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 50에 이르니 이제 초연, 초심으로 가자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음...그냥 욕심 내봐야 소용이 없다라는 것을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순수한 꿈이었지만 어느 날 생각해보니그것이 욕심으로 변해있더라고요.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살고자 합니다.

 

조덕현씨 마지막 한마디 부탁할게요.
- 많은 배우들이 힘들고 아프고 좌절을 겪으며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특히 연극 무대에 그러한 배우들이 많죠. 연극의 판도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극단과 배우들이 좋은 양질의 연극을 만들어 관객들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정말 무성의 한 연극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싼 가격만을 앞세워 관객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공연들...심지어 같은 세트에서 여러개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이러한 공연들로 인해서 정성스럽게 준비되는 연극들까지 평가 절하되고 타당한 금액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비싼 돈과 귀한 시간 내서 관람하러 오는 고객을 상대로 수익에 눈이 멀어 거짓의 무대를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도 배우도 행복해 지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배우 조덕현의 긴 이야기를 들어주신 시선뉴스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사기 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 배우 조덕현의 다소 거친 표현이었지만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시종일관 아름다운 말로 꾸미지 않고 진심을 전했다. 관객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순수한 꿈을 위해 사기 치지 않겠다고... 잠시 방향을 잃은 자신의 순수한 꿈을 발견한 50대의 진한 배우 조덕현, 그의 천천히 걷는 배우의 길을 응원한다. 그리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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