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시라]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친구를 폭행한 사건. 아내가 바람피운다고 의심해 이웃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고, 최근에는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클레어법’ 도입이 추진되기도 했다.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 중 많은 이들이 의부증, 의처증에 걸려있다고 하는데, 이는 편집증이라고도 불리는 ‘망상장애’의 한 종류이다. 망상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고 성격이나 외모에 있어 뚜렷한 문제가 보이지 않으나, 의심이 많고 적개심이 많아 보인다. 이 망상장애의 일종인 ‘질투형 망상장애’는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해 죽인 뒤 자살하는 셰익스피어 작품 속 주인공 이름 오셀로를 따서 ‘오셀로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 에드바르 뭉크의 <질투> [출처= 뭉크미술관]

질투형 망상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 생화학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친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나 성취감이 낮은 사람들, 대인관계에서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근본적으로 의심의 밑바닥에는 열등감이 깔려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질투 망상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열등감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며, 자신이 병에 걸려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질투형 망상장애에 걸린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배우자의 외도에 대해 확신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분명 상대는 아무런 의심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바람을 핀다고 의심하며 자신의 상상 속에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발병 연령에도 제한이 없지만 평균적으로 40세 전후라고 조사돼 있다. 또한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배우자 외도에 대한 망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상 증상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질투형 망상장애가 지속될 경우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대부분 치명적이지 않은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지속한다. 그러다 나중에는 심각한 폭행으로 이어지거나 상대를 살해하거나 자살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심적인 고통을 이해하는 입장으로 다가서야 한다. 이때는 상대와 깊은 신뢰관계를 쌓으며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상태가 심각한 폭력으로 발전했다면 이것은 분명한 ‘정신 장애’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적절한 치료나 입원이 필요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나에 대한 열등감이 가득한 상태에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면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도 불만이 생기거나 의심이 생길 수 있다. 이 의심이 심해지면 망상으로 번져 ‘질투형 망상장애’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질투형 망상장애에 걸린 사람을 신고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근본적으로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당사자도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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