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수습기자ㅣ지난 시간에는 드라마 <카지노>와 영화 <범죄도시 3>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최우준’을 만나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최우준의 또 다른 취미 생활 등과 함께 그의 매력을 더 알아보겠다. 

PART 2. 연기에 대한 애정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 공익광고 [사진/온돌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 공익광고 [사진/온돌엔터테인먼트 제공]

- 최근 공익광고에 개런티 없이 참여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3년 전, 팬데믹 초창기에 캐스팅되었던 연극과 영화가 잇달아 제작이 무산되며, 심각하게 우울증이 왔어요. 특별히 저만 그런 건 아니었죠. 모두가 힘들었잖아요. 하지만 발달단계에 있는 아이들이 사람과의 접촉이 부족해 사회성이 저하되고, 마스크 때문에 어른들의 입 모양을 보지 못해서 발달이 더뎌지는 문제에 대해서 아무도 심각해하지 않았어요. 그것을 인지한 부모들조차 대학병원의 문턱이 높아 치료에 소극적이었죠. 서울시에서 정말 좋은 기관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아이센터의 광고 제작을 맡았던 회사 대표님의 추천에 바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진행 예산을 듣고는 출연료는 안 받겠다고 했고요.

- 혹시 연기 외에 해온 다른 활동들이 있었나요?
데뷔 이후 줄곧 연기 활동만 했습니다. 최근에는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 짬짬이 쓰고 있어서 속도가 늦긴 하지만, 다 쓰면 책으로 엮어서 내고 싶습니다. 제목은 ‘무명배우로 사는 법’으로요. 그런데, <범죄도시 3> 개봉 후에 뵌 출판사 사장님이 “곧 유명해지면 책의 제목과 맞지 않으니, 빨리 완성하든가 계속 무명으로 있어라”라고 하셔서 “아직 괜찮다”라고 했습니다. (웃음)

배우 최우준 데뷔시절 [사진/ 최우준 제공]
배우 최우준 데뷔시절 [사진/ 최우준 제공]

- 어떤 계기를 통해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군대 다녀오고, 대학 생활 몇 년 하고 나니 20대가 순식간에 끝나가고 있었어요. 30살에는 평생 먹고 살 무언가를 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습니다. 이 압박감은 일종의 청춘이 끝나간다는 무언의 자기암시 같은 것이었다고 지금에 와서 생각이 드는데, 그 당시에 평생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연기를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30세 생일이 되는 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자’는 생각에 각각 다른 3개의 장르의 오디션에 지원했는데, 거짓말처럼 다 붙었어요. 뮤지컬 1편, 영화 1편, 드라마 1편이었고, 정말 너무 기뻤습니다. ‘아, 연기는 내 길이구나! 이 사람들이 떡잎을 알아보는구나, 진작에 배우를 할 걸, 나는 천생 배우구나’ 했죠. 

그때는 몰랐죠. 그 뮤지컬은 대학원의 워크숍 공연이었고, 영화는 이미지 단역으로 1초 출연했습니다. 드라마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었는데 하기로 한 배우가 비자 문제로 펑크가 나서, 이미지가 비슷했던 제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겁니다. 돌이켜보면 ‘착각’에서 시작한 거 같습니다. 착각이었지만 행복했던 시절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옵니다. 

- 처음으로 작품 활동을 했을 때의 기분이 기억나나요?
그렇게 3개의 작품을 한 달 간격으로 동시에 하게 되었는데, 마치 잘나가는 배우가 스케줄을 관리하듯, 엄청나게 했었습니다. 그때 들어간 드라마가 sbs <아테나:전쟁의여신>이었는데, 이탈리아에서 내가 정우성 선배님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가, 차승원 선배님에게 총 맞아 죽는 엔딩이었습니다. 단역 치곤 꽤 장엄한 죽음이고 유명한 선배님들 옆에 있었던 것만으로 뿌듯했어요. 연기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촬영을 마치고 귀국할 때는 금의환향하는 국가대표선수처럼 당당했습니다.  

- 본인만의 연기 노하우가 있을까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다만 기본기를 꾸준히 훈련합니다. 30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기본기 없이 뛰어들어 그 후 수년 동안 연출과 관객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 그때 생긴 자격지심 때문인지 지금도 기본기를 중요시하게 생각합니다. 발음, 발성, 호흡, 무게중심 같은 훈련을 평소에 주로 하고, 캐스팅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예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촬영할 때, 이성민 선배님이 현장에서 제가 늘 하는 비슷한 몸풀기를 하시는 것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기본기를 꾸준히 하자라고. 

영화 덕수리5형제 [사진/ 최우준 제공]
영화 덕수리5형제 [사진/최우준 제공]

- 이때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새로웠던 캐릭터가 무엇이었나요?
2014년에 윤상현, 송새벽 선배가 출연했던 <덕수리5형제>라는 영화에 용팔이라는 역할로 출연했었어요. 약간 사회 부적응자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캐릭터였어요. 겉모습과 행동들이 사람들에게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게 마음 아파서 준비하고 촬영하는 기간에 애틋하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 이런 제 마음에 다 담기지 못했지만, 그때 당시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었고, 지금도 뜻깊은 역할로 남아있습니다. 

-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최민식 선배님! <카지노>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읽다가 후반에 차무식과 장경감이 골프장에서 대립하는 씬이 있어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드디어 최민식 선배님을 만나보는구나! 정말 설레었습니다. 그 씬에 대해 선배님과 이런저런 얘기할 생각에 부풀어 필리핀에 갔는데, 작품의 내용이 수정되며, 내가 기대하던 그 씬도 사라졌습니다. 여러 작품을 해 오면서 작품의 흐름이나 연출 의도에 따라 씬이 바뀌거나 수정되는 일은 경험이 많아 익숙했지만, 워낙 기대했던 터라 아쉽더라고요. 클락한인타운의 한 호텔에서 선배님과 밥을 먹으면서 말했죠. 그 씬이 없어져서 너무 아쉽습니다. 제가 더 노력해서, 언젠가 선배님과 꼭 한 앵글에 서고 싶다고 하니, 선배님께서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며 제 어깨를 감싸주시더라고요.  

- 닮고 싶은 배우(롤모델)가 누구인가요?
최민식 선배님의 연기밀도와 허준호 선배님의 현장에 임하는 태도, 호아킨피닉스선배님의 세계관, 콜린파렐선배님의 외모를 닮고 싶습니다. (웃음)

2018년 연극 [사진/최우준 제공]
2018년 연극 [사진/최우준 제공]

-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웃긴 거 하고 싶어요. 10년 정도 사람을 많이 때리고 죽였어요. 나도 매년 죽었고요. 칼에  찔려 죽고, 총에 맞아 죽고, 피와 화약 냄새가 좀 지겨워요. (웃음) 연출 감독과 상대 배우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요즘 우울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힘을 냈으면 해요. 작품에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 모두 ‘저’라는 사람을 보고 힘을 냈으면 합니다. 저는 나이는 많지만 제 분야에서 아직 신인이고, 아직 집도 못 샀고, 결혼도 못 했어요. 현실이 가끔 우울할 때도 있지만, 항상 새로운 내일이 있고, 그리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 최우준의 최종 목표는 어떤 건가요?
영화<헌트>를 찍을 때 이정재 감독님이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서 혼자 다짐한 목표가 있는데, 전 세계인의 이슈가 되는 작품의 주연이 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는 최우준이니까요. 거창합니다. 

영화 헌트 [사진/최우준 제공]
영화 헌트 [사진/최우준 제공]

- 마지막으로 시선뉴스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로 나아가는 힘찬 걸음에 맞춰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찾아뵐 수 있게 지금처럼 열심히 걸어가 보겠습니다. 인터뷰 요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오며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배우 ‘최우준’. 언젠가 전 세계적인 작품에서 활약하는 날까지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기억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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