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ㅣ미국 법원이 중국의 ‘여우 사냥 작전’ 관련자에 대해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스토킹, 공모 등 혐의로 기소됐으며 미국 영주권을 가진 중국인 정충잉(27)과 주융(66), 이들의 범죄행위에 가담한 전직 뉴욕 경찰 마이클 맥마흔(55)에게 유죄가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여우 사냥 작전’과 관련한 첫 법적 처벌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여우 사냥 작전(Operation Fox Hunt)’은 중국이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강제 귀국을 위해 벌이는 작전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각국에서 벌여온 ‘여우 사냥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의 반발에도 중국은 ‘횡령·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 도피한 전직 국영기업 임원 등 부패 인사를 추적하고 송환하는 작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10여 년 전부터 미국에 거주하는 쉬진과 그의 가족은 협박과 함께 귀국을 종용 받았다. 쉬진은 중국 정부 관료 출신으로 중국에서 횡령 혐의를 받고 있으며,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최대 사형 선고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쉬진 본인은 횡령 사실은 없으며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강제 귀국 시도는 매우 집요했는데, 고향에 남은 그의 가족을 투옥하고, 2017년엔 그의 부친을 미국으로 보내 귀국을 설득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중국에 돌아가지 않자, 2018년 뉴저지주 자택에 정충잉과 주융을 보내 협박 편지를 남겼다.

이러한 행태의 ‘여우 사냥 작전’. 중국은 범죄를 저지른 인사를 추적하고 송환하는 작전이라 강조한다. 하지만 분리 독립운동을 벌이는 신장·위구르나 대만계 인사, 반체제 성격의 인사, 내부 폭로자나 언론인, 대학생 등이 자유 진영 국가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판결이 그 대표 사례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여우 사냥 작전’에 활용되는 비밀경찰서가 있다. 먼저 비밀경찰은 타 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주권 침해다. 외국에 해당 나라의 정부도 모르는 경찰서를 운영한다는 것은 엄연한 내정간섭이자 외국인이 지닌 주권 위반이다. 경찰권은 특정 국가의 ‘주권’, 특히 ‘영토주권’과 관련된 사항이다. 만약 경찰관 파견이나 범죄인 인도 등이 필요하다면 해당 주재국에 사전에 동의나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실제로 대한민국 경찰이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를 체포할 때 필리핀 경찰에게 사전 협조 요청 후 협동작전으로 일망타진했던 것처럼, 이는 매우 정식적인 절차다.

또 인권침해 문제도 빠질 수 없다. 해당 나라의 허가 없이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제 3국의 반공산당, 소수민족 분리주의자, 대만인이나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그들 가족의 안전을 빌미로 회유하거나 위협한다. 이는 자국민 및 외국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자유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며 국제적으로도 비판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며, 각국의 사법 주권을 존중해 왔다."며 "당신이 거론한 소위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 중국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21개국에 54개의 비밀 경찰서를 개설했다고 폭로했으며 2022년 11월에는 한국을 포함, 48곳에서도 추가 시설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실태 파악에 나섰으며, 지난 연말 서울 송파구의 중식당 ‘동방명주’가 여우 사냥 작전을 위한 비밀 경찰서로 지목됐고, 이번에는 제주에 있는 한 호텔이 비밀 경찰서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당국이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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