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 / 디자인=김선희 수습ㅣ지구온난화 등으로 전 세계가 기후변화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후변화가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 World Weather Attribution)은 지난달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이상 고온과 낮은 강우량의 조합이 초래한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 발생 확률이 기후변화로 100배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리카의 뿔’에 있는 국가들은 2020년 말부터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은 에티오피아·소말리아·지부티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아프리카 북동부를 이르는 말이다. 해당 지형의 모양이 코뿔소의 뿔 모양처럼 생겨서 나온 명칭이며 홍해를 사이에 두고 아라비아반도와 마주한다. 또한 인도양과 홍해를 감시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동서세력의 각축 장소가 되고 있다.

이 지역은 적도와 북회귀선의 중간쯤 위치하고 있으며 매우 건조하다. 지형은 주로 고산지대와 협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터키에서 모잠비크에 이르는 동아프리카 지구대가 지나고 있다. 산악 지대는 홍해 방향으로 경사가 급하고 인도양 쪽은 완만한 편이며 저지대는 적도에 가까운데도 보통 건조한 편이다. 

겨울철에는 북동 무역풍이 불어오지만, 북소말리아의 일부 산악지대를 제외하고는 수분이 전혀 공급되지 않는다. 소말리아에는 늦가을에 약간의 비가 내리는데, 500mm에 불과하며 이는 연간 강수량의 전부가 된다. 동부 해안지역은 상승기류와 해안에 평행하게 부는 바람으로 인해 연간 강수량이 51mm까지 떨어지는 곳도 있다.

지난달 발표된 WWA의 보고서에서 가뭄으로 가장 피해가 큰 에티오피아 남부와 소말리아, 케냐 동부에 초점을 맞췄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연구진은 2021∼2022년 강우 패턴 등 각종 관측 데이터와 기후 모델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토대로 지금보다 기온이 1.2도 낮았던 산업화 이전인 1800년대에는 같은 기온과 강우량이더라도 가뭄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가 이 지역의 연간 총 강우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더 높은 기온이 토양·식물로부터의 증발을 증가시켜 가뭄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을 더 빈번하고 극단적으로 만들었지만, 분쟁과 정부의 지도력 부재, 빈곤 등 취약성이 피해를 키웠다고도 지적했다.

유엔에 따르면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 남수단에서 가뭄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2,000만명이 넘는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는 22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1,500만 명의 어린이들이 급성 영양실조에 노출되어 있다.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작년 소말리아에서만 최소 43,000여명이 사망했고, 약 650만 명의 소말리아인들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뭄, 식량 부족 등 복합적인 위기가 현재 ‘아프리카의 뿔’을 덮치고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와 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기에 이들의 힘듦을 외면하지 않고 전 세계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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