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 | 식목일에 내린 단비로 전국의 가뭄이 어느 정도 해갈되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가뭄과 산불은 매년 우리를 괴롭힌다. 이에 환경부가 지난 3일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중장기 가뭄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보의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게 환경부의 구상이다.

4대강 보 물그릇은 이명박 정부시절 진행한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사업에서 16개의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보 수위를 올려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4대강 보 영향 구간에 위치한 70개의 취수장·양수장과 71개의 지하수 사용지역에 생활·공업·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전임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뒤집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4대강 보 해체 등을 결정한 전 정권을 지적하며, 4대강 보 활용 방안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순천을 방문해서도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책안은 장래 물 수요 예측값과 주요 댐의 물 공급 능력을 과거 최대 가뭄과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극한 가뭄으로 나눠 예상되는 생활·공업 용수 부족량을 산정한 뒤 대책을 세우는 1단계 기본대책과 2단계 비상대책으로 구성됐다.

‘1단계 기본대책’ 핵심은 영산강·섬진강 유역 댐(주암댐·수어댐·섬진강댐·평림댐·장흥댐·동북댐)별로 생활·공업 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해 하루 45만t의 용수를 추가 확보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장흥댐과 주암댐 사이에 도수관로를 건설해 장흥댐에서 물을 광주, 목포 등 영산강 유역 6개 시·군에 공급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하루 10만t의 용수 가운데 여유 물량은 이사천취수장부터 여수산단까지 45.7㎞의 도수관로를 추가 설치해 공업용수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2단계 비상대책’으로는 댐 저수위보다 아래 수위에 있는 비상 용량(저수위와 비상방류구 사이의 용량)과 댐 바닥에서부터 비상방류구 사이의 용량인 사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섬진강의 경우에는 유량이 풍부한 시기에 섬진강물을 추가 취수해 여수·광양 산단에 공급하는 방안을 지역사회와 협의해 검토할 계획이다. 상시적으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전남 섬 지역의 경우에는 해수 침투 방지, 지하수 저류댐 설치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환경부는 "광역상수도가 섬에 공급이 되기 위해서는 해저터널 등 관로가 필요하다.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지하수 저류댐이나 해수담수화를 먼저 하는 것이고, 광역상수도 부분은 장기적으로 경제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정부의 4대강 보 재자연화 정책이 호남권을 덮친 가뭄 피해를 더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강·영산강 5개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으로 영산강 1560만t(최대 수위로 보를 운영했을 때 확보 가능한 물의 양과 보 개방 후 저수량 비교) 등 총 5280만t의 물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은 지금의 가뭄 상황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최악의 가뭄 때문에 덕흥보와 강변여과수(심층수) 등 영산강 물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는 4대강 보 해체나 개방(영산강 승촌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백경오 한경대 교수(건설환경공학)도 “보에 있는 용수를 가뭄 지역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도수관로 등을 마련해야 하는데 4대강 보에 가둬둔 물을 쓸 수 있는 도수관로가 만들져있지 않다”며 “광주와 전남 지역 가뭄에 4대강 보를 활용하는 건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 ‘4대강 보 적극 활용’은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을 사실상 뒤집는 것으로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3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덕흥보가 위치한 곳은 광주의 하수처리 방류수와 광주 시내를 관통하는 광주천 유입되는 지점 상류에 있다"면서 "온갖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들이 영산강으로 흘러들어 승촌보와 죽산보에서 정체되기 때문에 2개 보의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으며 나아가 환경단체들은 2개 보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뭄현상. 물 스트레스 국가인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인 분명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뭄해갈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두 가지 모두 잡아야 한다는 사실. 물 이용에 대한 정부의 똑똑한 단비같은 선택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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